남북 대화 채널 복원 위해 파격적인 유인책 제시해야
북한 측 수용 쉬운 남북 역사문화 교류부터 시작

인하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는 지난 14일 본교에서 이재명 정부 시대에 한반도 대화 복원을 위한 특별 세미나를 가졌다.
발제에 나선 본교 남창희 교수는 "윤석열 정부 시기 북한 정권이 남북한 동족 국가 인식을 부정한 상황에서는 파격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침 본교 고조선연구소가 5년 동안 수행한 고려 관련 국책 연구 성과물이 북한 지도부의 관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기존의 국내 통설에 의하면 고려는 그 영토가 한반도 전체를 아우르지 못해 한국사에서 왜소한 통일왕국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인하대 연구팀은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를 국내 최초로 요사, 금사와 정밀 교차 비교한 결과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서희 장군의 강동6주는 압록강 남쪽의 지역이 아니라 전략적 요충지이며 경제적 이권이 달린 요녕성 요하 동측의 넓은 지역이라고 한다. 이러한 주장은 사실 고려 국경사 전공자들에게는 이미 다수설이 돼 있다.
윤한택 박사, 남의현 교수, 허우범 교수, 남주성 박사, 신민식 박사, 복기대 교수 등 관련 전문가들의 최신 연구성과에 대해 기존 통설 지지자들은 지난 8년간 단 한 건의 반박 논문도 제출하지 못했다.
거란과 송나라 사이에서 균형자 외교를 구사한 고려는 한반도 일부만 차지한 약소국이 아니라, 만주를 포함한 만만치 않은 강대국이라는 재해석이 가능하다. 국제정치학 전공자인 남창희 교수가 강동6주 재검토설에 관심을 가진 이유다.
이러한 고려사의 새로운 해석은 남북이 공통으로 관심 가질 수 있는 역사 연구의 새로운 영역이 될 수 있다. 고려의 수도 개경이 현 북한 영토 내에 있으므로 고구려를 이은 고려의 민족적 정통성을 그들이 계승한다고 북한이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북 화해 여건 조성을 위해서는 북한이 수용하기 좋은 의제를 선제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시민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으로서도 G7 등 열강 클럽 가입을 목전에 둔 입장에서 강대국 역사 정체성의 함양이 손해 볼 것은 없다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세미나에 참석한 본교 허우범 교수는 "일부 한국 역사학계가 조선총독부의 반도사관 역사학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함을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도 "해방 후 한국 역사학계를 주도한 인물들이 조선시대 사대모화 유림의 세계관을 계승한 사학자들이었다는 불편한 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인천 지역사회가 염원하는 한반도 평화 여건 조성에 대한 특별한 제언이 논의됐다.
남창희 사회과학연구소장은 남북 역사 문화교류를 시발점으로 한 “인천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라고 이 제안을 소개했다. 국회 동북아역사특위가 2013년에 초당적으로 발의해서 시작된 조선총독부 편찬 ‘조선사’ 번역은 완료돼 이미 제본돼 있다.
남 교수는 단행본 등 이 사업의 성과물을 금년 개천절에 북한 측에 판문점에서 전달하고, 남.북한이 후속 연구를 할 것을 제안했다. 소위 반도사관에 의해 조선총독부 관변학자들이 과연 고려의 영토를 축소 왜곡했는지 사료 변조 여부에 대한 정밀 검증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참가자들은 이러한 비정치적 학술 협력 사업을 토대로 이재명 정부의 대화 노력에 대한 북한의 유연한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전국매일신문] 정원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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