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아닌 5월 폭우이니 이상한 봄날을 거쳤다.
이제 슬슬 더워지는 날씨다.
숨이 턱턱 막히도록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 그날이 생각난다.
질리도록 진득하게 땀을 흘렸던 날이다.
악몽 같은 기억.
충격적인 사건이었다기보단 질리도록 진을 빼놓은 현장이었다.
그날 나와 직원은 현장에 바로 들어가질 못했다.
집 앞에서 멀뚱히 서 있는 내게 직원이 보챈다.
“먼저 들어가서 일하면 안 돼요?”
“비밀번호를 몰라. 집에 같이 들어가야 한다고 안 알려줬어.”
유품 정리 때 ‘참관’하길 원하는 가족들이 종종 있다.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숨결이 담긴 물품에 남이 먼저 손대는 게 싫어서다.
싫다기보단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다.
...라고는 짐작하지만, 사실 좀 형편이 좋았던 고인들의 경우다.
남이 먼저 손대게 하기엔 제법 귀한 유품들이 있어서, 라고도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옳은 태도는 아니겠지만,
그때 현장은 오래된 원룸이었다.
형편이 넉넉했던 이의 죽음으로 보긴 어려웠다.
왜 먼저 들어가지 못하게 했는지,
참관해서 뭘 하겠다는 건지,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나저나 진짜 심각한가 보네요.
밖인데도 집안에 있는 것처럼 냄새가 나요.
이웃들은 그동안 어떻게 참았지?”
현관 앞에서도 코를 찌르는 시취에 직원이 불평을 해댔다.
그 더위에 2주가 넘은 시신이 나온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