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하노이에서 차로 2시간을 달려 도착한 타이응우옌. 베트남 북부 교육 중심이자 삼성전자 생산법인 등 한국기업이 몰려 있는 산업도시다.
공장 지대를 벗어나면 한적한 소도시 분위기가 나는 이곳에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 소리로 거리가 떠들썩하다. 바텍과 자회사 이우소프트 베트남 법인이 지원하는 '이우소프트 드림 IT 스쿨' 2기 집체 교육이 열리고 있어서다.
이우소프트 드림 IT 스쿨은 바텍, 이우소프트 베트남 법인이 개최하는 타이응우옌성 수학인재육성 대회에서 수상자를 선발, IT 분야 진로를 희망한 학생에게 개발자 교육을 제공하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2기 교육과정에 선발된 20명의 베트남 학생들은 지난달 28일 타이응우옌의 한 작은 호텔에 모여 1박2일 동안 기초적인 소프트웨어(SW) 교육과 진로상담, 교육과정 안내 등을 받았다.
첫날 IT 교육엔 애플리케이션 개발 기초 과정인 '플러터' 소개와 간단한 이용법 강의가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유튜브를 보며 떠들던 아이들은 강사 지시에 맞춰 열심히 노트북 자판을 두드렸다. 조금이라도 막히면 곳곳에서 손을 들어 강사를 호출하는 통에 예상보다 수업 진도가 늦어지기도 했다. 학생 대부분이 노트북은 커녕 집에서 사용하는 PC조차 없어 교육 자재는 모두 바텍이 제공한다.
드림 IT 스쿨에 선발된 학생들은 타이응우옌에서도 손꼽히는 인재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꿈을 실현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베트남에서도 의사, 교사 등에 이어 선호하는 IT 개발자를 꿈꾸며 어렵게 이곳까지 왔다.
2기 참가학생인 레 카잉 리는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인터넷뿐인데 이곳에서 IT 교육은 물론 다양한 진로상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게 가장 좋다”면서 “평소 사이버 보안에 관심이 많았는데, 드림 IT 스쿨을 통해 장차 사이버 보안 전문가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약 14개월 동안 기초 IT 교육을 거쳐 최종 결과물로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할 예정이다. PC나 노트북 보급률이 낮은 베트남에선 스마트폰 활용도가 높은데, 첫 출발을 알리는 성과로 앱 개발만한 게 없다. 특히 앱 개발 과정에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협업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아이들은 한층 더 성장하고 있다는 게 현지 강사의 설명이다.
교육기간 동안 깜짝 손님도 등장했다. 바로 얼마 전까지 1기 교육생이었지만 지금은 하노이 명문 백화대학교 입학을 앞둔 선배들이다. 이들은 2기 후배들에게 교육 기간 느꼈던 점과 진로 선택 과정 등 경험을 나눴다. 특히 협동 프로젝트로 탄생한 영어학습 지원 앱을 소개하며 앞으로의 여정을 응원했다.
1기 참가 학생들은 드림 IT 스쿨을 단순히 지식을 학습하는 교실이 아니라 마음껏 꿈을 찾고 공유하는 운동장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 받았던 지식을 바탕으로 한국 IT기업 취업은 물론 자신과 비슷한 환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목표로 세웠다.
응우옌 카잉 응옥 학생(1기 참가자)은 “한국을 떠올리면 블랭핑크, BTS, 삼겹살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이번 IT 교육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한국기업도 많이 알게 됐다”면서 “대학교에선 디지털 기술 관련 전공을 공부하고 싶고, 한국 IT기업에도 취업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담 득 하이 학생(1기 참가자) 역시 “드림 IT 스쿨 참여로 IT 지식은 물론 함께 협업하는 과정과 다양한 진로 정보를 알게 돼 유익했다”며 “추후 한국을 방문해 기업 문화나 근무 환경 등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노이(베트남)=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