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몸을 움직이게 하는 핵심이 피라면, 내 머리가 자전하는 핵심은 궁금증이다. 이 궁금증 신드롬의 핵심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가?’이다. ‘독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뭔가요?’ 이 질문을 머릿속에 두고 읽어 주면 좋겠다.
본질 가치에 궁금증이 꽂힌 것은 강의 시간에 교수님의 말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다르다. 이걸 찾아야 나를 파악할 수 있고 상대방을 파악할 수 있다” 이 평범하게 보이는 이 한마디가 이유 없이 마음에 꽂혔다. 나비처럼 날아와 벌처럼 내 가슴에 자리 잡았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어떤 부분이 삶의 태도 나아가 방향성과 연결되지? 4학년이 되었을 무렵까지 확신 있는 답은 발견하지 못했다. 질문이 철학적이라 생각해서 인문학 책을 읽거나 전시를 관람하다가 답을 찾을 거라 예상했다.
답은 의외의 순간에 찾았다. 대학교 4학년 때 참여했던 ‘SK 코칭 위원과 함께하는 코칭 프로그램’이 주인공이었다. 주제에 대해 코치가 질문하면 피코치가 답하는 커리큘럼이었다. ‘진로 및 직업, 사회생활 전반적 비즈니스 코칭 프로그램’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다방면의 주제를 피코치가 직접 선정할 수 있었다. 나는 당장 취업 준비에 도움될 수 있는 지식을 원했다. PR 직무로 참여했기에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마케팅과 PR의 협업 등을 주제로 가져갔다.
다채로운 주제를 다룬 만큼 얻어가는 것도 많았다. 예를 들어 기업의 CSR을 다뤘던 회차에서는 최근 들어 기업에서 해당 가치를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를 배웠다. PR인의 자질 세 가지와 나의 성격을 연결 짓는 훈련도 했다. 이는 자기소개서 작성 과정에서 나의 자신감을 키워주는 멋진 무기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상하반기 두 학기 동안 16번의 코칭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주제는 아젠다 세팅이었다. 홍보광고학을 대학에서 배우고 있어서 단어는 익숙했다. PR 담당자의 주요 업무에 아젠다 세팅이 포함된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러나 코치의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다. ‘PR 담당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아젠다를 세팅하는지’ 등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내용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여러 사례를 적용한 끝에 이해할 수 있었다. PR 담당자는 아젠다를 구성하는 사실을 조사하고 스토리 라인을 만든다. 핵심은 언론이 관심 가질 수 있도록 세팅하는 것이다.
아젠다 세팅은 세상의 긍정적인 이해와 동조에 기반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한다. 기업이라면 그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다. 천년 가는 건물들의 공통점 첫 번째는 튼튼한 기반이다. 천년 기업의 공통점 역시 사업 내용이 아니라 탄탄한 문화와 철학인 것과 같다. PR의 가장 큰 역할 첫 번째인 아젠다 세팅은 천년 가는 건물의, 기업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그 기반을 닦는 PR 담당자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기업의 오늘과 내일, 그리고 10년뒤를 고민하는 관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의 코칭 프로그램을 통해서 깨우친 큰 기쁨이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 아젠다 세팅을 기획하는 PR 담당자처럼 ‘기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나의 출사표가 되었다. ‘단단한 기반 다지기’는 그렇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로 자리 잡았다.
나는 한국의 역사, 문화를 활용한 제품 기획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다. 제품 기획 단계에서 진행이 더딘 상태였기 때문에 ‘단단한 기반 다지기’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질 제품에 어떤 가치를 담아야 할 것인가?’라는 ‘기반’에 해당하는 질문을 했다. 이 질문이 주는 가치에 따라서 시장 조사, 타겟 설정, 경쟁사 분석을 다시 진행했다.
이후 내용을 취합해 브랜드를 기획했다. 브랜드 캐릭터, 로고, 스토리부터 브랜드 가치 등 세세한 설정에 공들였다. 이 과정까지 끝냈더니 ‘담아야 할 가치를 완성해 줄 단단한 기반’이 완성됐다. 그 결과 학교 지원 사업에 선정돼 예산 지원까지 받았다. SK 코칭이 아니었다면 절대 찾을 수 없었을 문제 해결책이었다.
‘단단한 기반 다지기’는 나의 삶 일상에도 적용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안 건 배구 동호회에서였다. 나는 이 동호회에 일 년 전 가입했고,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 맡고 싶은 포지션이 있는지를 공유하는 자리가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수비수가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단단한 수비’에서 좋은 공격과 득점이 나온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생각 역시 코칭 과정에서 체득한 ‘단단한 기반’이라는 가치 덕분에 가능했다.
SK와의 코칭에서 배운 좋은 습관을 하나 소개한다. 매 코칭 마지막에 ‘오늘의 코칭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세요’라는 질문이 만들어 준 습관이다. 이후 코칭, 강의, 그리고 공모전 등 모든 일상사 이벤트의 매 과정이 끝나면 내용을 쉽게 상기할 수 있도록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SK와 함께한 코칭의 한 문장은 ‘인생의 기반 다지기’이다.
허다윤(ss090068@naver.com)씨는 숙명여자대학교 역사문화학과 4학년 학생으로, SK그룹이 대학생들의 미래 경쟁력 향상을 위해 6년째 진행하고 있는 대학생 대상 코칭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24년 상하반기 참여했다. 허다윤 학생은 SK그룹의 코칭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어떻게 성찰하고,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칼럼으로 작성해 미디어펜에 기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