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경찰견 ‘지코’ 입양한 이상권 경감
2017년 훈련센터 ‘첫눈에 반해’
현역 마감 후 집에 데려와 함께
“눈 마주치고 있는 게 가장 행복”
국가 봉사 동물 노후 대책 필요

“눈 마주치고 있는 게 가장 행복해요.”
지난 18일 오전 경기 안성시 공도읍의 자택에서 만난 안성경찰서 소속 이상권 경감이 반려견 지코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이 경감은 지코를 가만히 쓰다듬다가 함께 걸으며 휴무일 오전 시간을 보냈다.
‘잉글리시 스프링어 스패니얼’종인 지코의 전직은 경찰견이다. ‘지혜로운 코’라는 이름과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일이었다. 지코는 2015년 9월 복제견으로 태어나 두 살쯤 경찰견종합훈련센터(훈련센터)에 배치됐다.
이 경감은 2013년 ‘제2기 경찰 핸들러 양성과정 교육생’으로 선발된 후 2017년부터 훈련센터에서 경찰견 훈련 요원으로 일했다. 이 경감은 훈련센터에서 지코를 처음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지코는 실종자나 유류품 등을 찾아내는 수색견으로 일하기 위해 맹훈련을 받았지만 체력이 약했다. 무더위에 훈련을 받다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이 경감은 지코를 포기하지 않았다. 지코는 수색견이 되지는 못했지만 교관들의 훈련을 돕고 외부 인사들에게 시범을 보이는 등 새로운 임무를 훌륭히 해냈다. 그러나 지코도 세월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열 살이 될 무렵 지코의 체력은 눈에 띄게 약해졌다.
훈련센터의 최고선임이 되었고 더 현역으로 활동하기 어려웠다. 사람으로 따지면 노인이 된 지코에게도 은퇴해야 할 시기가 왔다.
지코 같은 경찰견 등 소방·세관·군 등 다양한 국가기관에서 활동하는 특수목적견은 은퇴를 하면 외부로 분양된다. 그러나 일반적인 반려견보다 몸집이 크고 나이가 많아 새 가족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은퇴한 특수목적견은 은퇴한 노인처럼 병원 신세도 자주 져야 한다. 평생 특수 임무를 띠고 헌신했지만 의료비 지원 등을 받지는 못한다. 의료비나 양육비를 지원해주는 지방자치단체가 있지만 많지는 않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월 발의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지난해 은퇴한 국가 소속 봉사 동물 284마리 중 64마리만이 민간에 입양됐다.
이 경감은 올해 초 안성경찰서에 부임하면서 은퇴한 지코를 집으로 데려와 함께 지내기로 했다. 지코와 시간을 보낼 때는 ‘앉아’ 같은 간단한 지시도 하지 않는다. 과거 받던 엄격한 훈련을 떠올릴까 걱정이 되어서다.
“지코가 편안하게 산책하면서 냄새를 맡고 다니는 시간을 주려고 해요. 공을 가지고 주의를 집중시키는 것처럼 예전에 훈련하던 행동을 하면 현역으로 있을 때처럼 다시 긴장하거든요.” 이 경감은 말했다. “그냥 함께 있어 주는 것이 은퇴한 지코에게 더 필요하죠.” 인터뷰 내내 지코는 이 경감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