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이 곧 품질이다

2025-08-03

공장의 새벽은 늘 분주하다. 기계가 돌아가고, 사람들은 안전화를 질끈 조이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른 시간, 일을 위해 공장 뒤편을 서성이다 보면 문득 들리는 공허한 바람 소리와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에서 작은 자연의 숨결을 느낀다. 그러나 그 속에서 마음 한편 찜찜한 감정도 스친다.

우리가 매일 돌리는 이 기계가, 이 땀방울이, ‘자연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라는 생각에 잠길때가 있다. 나는 오랫동안 품질을 이야기하며 살아왔다. 품질은 단단한 것이고, 정직한 것이며, 고객이 믿고 쓰는 결과라고 배워왔다. 불량을 줄이고, 공정을 최적화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신뢰를 높이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품질의 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량이 없더라도, 환경을 해친다면 과연 그것이 좋은 품질일까?” 혹은 그것이 품질경영의 일환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한 후배가 비닐을 줄이는 부품개선을 제안했다. 단순히 환경을 위한 개선이라 생각했지만, 들여다보니 오염물질의 비닐를 절약했지만 외관 품질은 의문이 들었다. 에너지 사용량도 줄고, 생산비까지 낮출수 있는 제안이었기에 공감은 갔지만 품질의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명장님, 친환경이 곧 품질 아닐까요?” 후배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돌이켜보면, 예전엔 환경을 생각한다는 게 공장에서 ‘사치’처럼 여겨졌던 시절이 있었다. 성능이 중요하고, 납기가 급했고, 고객의 불만을 잡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ESG라는 이름 아래, 제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품질 지표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 번은 협력사 품질점검을 하던 중, 작업자 위치에서 보다는 생산성 위주의 설비를 보고 환경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품 자체는 매우 만족할 만한 수준 이였지만, 사람(MAN)에 관련된 사항은 그렇지 않아 보였다. “이제는 친환경도 품질입니다.” 나는 무척 단호할 수밖에 없었다.

휴먼에러의 중요성을 알고있기 때문이였고, 그 이후부터 그 협력사는 환경 데이터를 공정관리 항목에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그렇다. 친환경 품질이란, 거창한 기술이 아니다. 소음을 줄이고, 에너지를 아끼고, 작업자의 건강을 고려한 설계를 하는 것. 누군가는 작은 변화라 여길지 모르지만, 이 작은 변화들이 쌓여 공장은 조용히 바뀌어간다.

가끔 서해에서 불어오는 중국 바람이 불 때면 대기질이 않좋음을 숨쉬고 느낄때가 많다. 중국에서 쉴새 없이 공장가동에 먼지가 날아오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또 매일 출근길에 나는 공단의 공장 굴뚝을 올려다본다. 연기가 보이지 않는 날은 왠지 생각을 한다. 외부의 공기는 어떠할지라도, 우리는 조금씩 환경적 변화의 도전에 그 결과로 인해 바꿔온 결과가 하늘빛을 닮아간다.

이젠 후배들에게 말해준다. “불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기를 맑게 하는 것도 품질이야.” 품질은 이제, 고객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아이들, 이웃, 그리고 자연까지 함께 만족시켜야 하는 전인적 가치가 되었다. 이 길의 끝에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제품이 더욱 의미 있기를, 나는 오늘도 품질이라는 이름의 친환경 길을 걷는다. 우리 인류는 결국 친환경이 곧 품질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야 말 것이다. 그러함에 우리는 ‘친환경이 곧 품질이다.’로 해석하고 싶다.

김승국 <국가품질명장, 현대차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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