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민의 테크읽기] 휴머노이드 '만서로'의 도전

2025-08-07

2019년 독일에서 열리는 유럽가전전시회 'IFA 2019'의 스타트업 전시장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국 로봇 스타트업 서큘러스, 로보링크, 큐브로이드는 전시 품앗이를 통해 서로를 도왔다. 관람객에게 관심 있는 로봇을 물어보고 서비스 로봇에 관심있는 관람객은 서큘러스로, 드론에 관심있는 관람객은 로보링크, 교육용 로봇에 관심있는 관람객은 큐브로이드로 안내했다. 세 회사의 유기적 협력 속에서 어느 때보다 전시 효율을 높였고, 다른 나라의 전시 업체는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이후 이들 회사는 각자의 영역에서 성장하고 있다. 특히 큐브로이드 성장이 두드러진다. 큐브로이드는 현재 독일·남아공 등 여러 나라에 교육용 로봇과 교육용 소프트웨어(SW)를 함께 수출하면서 제품군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서큘러스는 영상과 음성 인식 기반의 인공지능(AI) 반려로봇 파이보를 통해 로봇용 AI 기술과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에 노력해왔다. 사용자와 소통하고 감정을 교류하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CES 2019'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던 이현종 로보링크 대표는 현재 로보웍스에서 배송 로봇·휴머노이드·드론 등 차세대 로봇 플랫폼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동안 교류를 이어온 박종건 서큘러스 대표와 이현종 대표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위해 다시 손을 맞잡았다. 바로 휴머노이드 분야 진출이다. 이들 도전에는 이상호 만드로 대표가 합류했다. 만드로는 의수 제작에서 시작해 로봇손을 정교하게 만들어 왔으며,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CES 2024'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앞으로 이들은 각각의 장점을 살려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과 통합을 진행할 예정이다. 만드로의 손, 서큘러스의 머리, 로보웍스의 하체를 결합해 휴머노이드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로봇팔과 로봇손은 만드로, 영상과 음성 인식 등 로봇 두뇌용 AI 기술은 서큘러스가, 이동을 위한 하드웨어 설계는 로보웍스가 맡는다. 각자의 영역에서 꾸준하게 기술을 개발해온 3개사 휴머노이드 '만서로' 협력이 주목되는 이유다.

'만서로'는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과 대중적 공연과 마술 등에 휴머노이드를 응용하며 기술력을 알릴 계획이다. 실제 이현종 대표는 여러 마술 대회에서 수상했고 그동안 꾸준히 아이를 위한 마술 봉사를 해오기도 했다. 이들 회사의 기술을 모아 시범 제작된 로봇은 정밀한 동작 제어와 음성 인식을 선보이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사용자와 상호작용을 통해 공연과 마술 콘텐츠 가능성을 보여줬다.

만서로 도전은 우리나라 혁신 기술 생태계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혁신 기술 시장에서 스타트업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가게된다. AI, 로봇 등 첨단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거대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들의 협력이 반가운 이유다.

현재 휴머노이드는 배송, 작업, 서비스 등 응용 영역을 크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스마트홈에서 가정용 서비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간병 서비스, 물류와 생산 현장 작업 등 다양하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사람이 사는 공간에 그대로 투입될 수 있는 휴머노이드는 앞으로 작업과 서비스 시장을 크게 바꿀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만서로는 기술과 현실, 기술과 소비자를 잇는 중요한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휴머노이드 만서로는 이제 도전의 첫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그동안 축적된 기술로 시범 제작된 휴머노이드는 이미 앞선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다. 만서로 도전이 경쟁력있는 휴머노이드를 완성하고 시장에서 성공해 우리나라 미래 혁신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한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gm1004@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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