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다가 큰 거 한방 나오는 산업계가 바로 게임입니다. 회사 자존심을 건 AAA(블록버스터) 게임도 보이고, 스팀 등으로 플랫폼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됩니다. 잘 만든 외산 게임도 국내로 넘어오네요. 드물지만 역주행을 기록 중인 곳도 있습니다. 물밀듯 들어오는 중국산에 밀린 대한민국 게임 시장이 달아오르길 바라는 의미에서 응원을, 때로는 비판을 더해 ‘핫겜 바이라인네트워크(BN)’ 연재를 시작합니다. 2025년에 주목할 기업과 게임 소개도 덧붙입니다. <편집자 주>
크래프톤 렐루게임즈, AI 협동 게임 ‘미메시스’ 데모 공개
크래프톤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렐루게임즈(대표 김민정)가 스팀의 신작 소개 행사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참가해 신작 ‘미메시스(MIMESIS)’ 데모(체험판)를 선보였다.
당초 지난 17일까지 진행되는 데모 플레이 행사였으나, 오는 23일까지로 체험 기간을 늘렸다. 미메시스는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된 데모’ 4위 부문에 오르는 쾌거를 기록했다.

미메시스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4인 협동 공포 게임이다. 게임 제목대로 미메시스라는 몬스터가 등장한다. 인간의 목소리와 행동을 모방하는 AI 캐릭터다. 진짜 인간일지 아니면 몬스터일지 의심과 긴장감 속에서 플레이를 이어가야 한다.
이 부분이 타 협동 게임과 차별점이다. 이 같은 게임의 시도가 흔치 않은 만큼 응원하면서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토론 커뮤니티의 게이머들도 ‘참신하다’, ‘기대된다’는 후한 평가를 남기면서도 완성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비판을 더해 체험기를 써냈다.
일단 미메시스가 사람인지 AI인지 구분이 쉽다는 것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속일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미메시스가 플레이어들의 대사를 그대로 따라하거나 갑자기 뜬금없는 대사를 내뱉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메시스가 사람만큼 뛰어난 지능이 없기 때문에 일단 이용자들을 보자마자 달려든다는 점도 지적했다. 사람처럼 보이도록 기만하려면 협력하는듯 따라가다가 처치하는 등 허를 찌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미메시스 이전에 비슷한 시도를 한 대표적 사례를 꼽으라면 메타의 ‘시세로(CICERO)’가 있다. 메타는 시세로에 대해 “복잡한 자연어 전략 게임 ‘디플로머시(Diplomacy·외교)’에서 인간 수준의 성능을 달성한 최초의 AI 에이전트”라고 소개하고 있다.

시세로는 인간과 함께 40게임을 했을 때, 인간 평균 점수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2게임 이상 뛴 참가자 중엔 상위 10%에 속했다
디플로머시는 외교전을 벌여 승리를 쟁취하는 전략 보드 게임이다. 시세로는 수십년간 AI에게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진 외교전을 해냈다. 게임 참가자들은 일상에서 쓰는 자연어로 대화하며 상대방과 동맹을 맺고 협공을 논의하거나 때로는 속이기도 하며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상대방을 설득할 정도의 자연어 처리와 전략적 추론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미메시스 AI 캐릭터는 자연어 채팅을 넘어 발화까지 가능해야 한다. 목소리와 함께 캐릭터 행동으로 사람을 기만하는 전략적 행위는 AI에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디플로머시의 높은 AI 승률도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며 고도화를 거듭한 결과다.
렐루게임즈에 따르면 ‘딥러닝 엔지니어’ 직군을 게임 개발에 통합했다. 이들은 기존의 기획자나 프로그래머와는 다른 방식으로, AI 기반 기능을 상상하고 구현하며 게임 개발 전반에 깊숙이 참여한다. 단순히 모델을 연구하는 조직이 아니라, 빠른 프로토타이핑(시범제작)과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실제 게임 제작에 밀접하게 관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회사의 기존 행보가 ‘세상에 없던 새로운 플레이’를 찾는 실험적 방향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시장성과 수요를 고려해 인기 장르나 익숙한 게임성을 AI로 어떻게 혁신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그런 과정에서 미메시스가 나왔다. 오는 3분기 정식 출시다.
렐루게임즈는 미메시스와 관련해 ‘사람다운 플레이란 무엇인가’를 중심 질문으로 삼고, 치열한 고민을 거듭했다는 설명이다. AI가 잘할수록 인간과는 다른 ‘최적화된’ 움직임을 보이게 되는데, 그 반대 방향인 인간 특유의 직관, 감정, 예측 불가능성 같은 창발적 특성을 AI가 어떻게 학습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탐구 중이라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