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영과 함께 떠나는 생태 환경문학 기행(22) AI시대, 감성으로 기후를 말하다

2025-08-27

 연일 폭염 때문에 나라 전체가 아우성이다. 이웃나라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며칠 전 SNS에서 일본 후쿠오카 한 식당의 라멘 음식 모형이 화제가 되었다. 전례 없는 폭염에 모형이 녹아내리는 사진은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사진만으로도 충격적이었다.

 이제 40도를 넘는 날씨 이야기는 더 이상 지구촌에서 화제가 되지 못한다. 연일 역대급이라는 말이 뉴스에 나오고, 사람들은 다들 왜 이렇게 덥냐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폭염과 폭우 같은 극단적인 날씨, 그리고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까지 모두 심각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실감하지 못한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인간이 위험 회피의 심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날씨와 기후 같은 자연 현상을 신의 뜻으로 여겨왔다. 특히 예측 불가능한 날씨는 인간의 영역 밖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천재지변에 해당하는 날씨 재해를 하늘의 뜻이라는 말로 대신해 온 이유이다.

 그러나 엄밀히 살펴보면 이는 사람들이 기후 변화를 실제적이고 즉각적인 위험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많은 사람들은 당장의 현실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그 원인을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데는 소극적이다. 사람들은 장기적 위험보다 당장의 이익에 더 집중한다. 그 결과, 기후 정책이나 탄소 감축 같은 중요한 조치는 나중 문제로 밀려나기 쉽다.

 지금의 기후 재앙은 하루아침에 생긴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 누적된 문제였고, 사람들 역시 그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눈앞에 닥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느리고 소극적으로 반응해 온 것이 사실이다. 기후 위기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기존 방식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위험보다는 익숙함을 선택하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위험 회피적인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최근 기후 위기의 해법으로 등장한 재생에너지나 탄소 포집 기술과 같은 신기술은 개발 초기에 여러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전통적인 화석 연료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때 원자력 발전을 둘러싼 논쟁이 그렇고 지금 미국의 트럼프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위기를 보다 즉각적이고 현실적으로 체감할 방법이 없을까? 2023년 4월, 독일에서는 사람들이 우리가 처한 기후 문제를 체감할 수 있도록 ai의 도움을 받아 ‘climate realism’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기후 변화에 따른 시나리오를 추상적인 숫자나 그래프처럼 객관적 수치가 아닌 감각적 접근을 통해 위기의 실체를 전달하려 했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반 고흐의 밀밭, 모네의 수련, 고갱의 남태평양 풍경 등 8점의 그림을 전시에 활용하였다.

 이 전시회에서는 2100년까지 3가지 주요 과학적 기후 시나리오(배출 제한 없음, 중간 제한, 엄격한 CO2 배출 제한)에 따른 지역적 기후변화를 2000장의 이미지로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이 그 심각한 피해를 깨닫도록 하였다. 이 전시는 AI 기술을 활용하여 통계보다 감성에 호소함으로써 기후 위기의 실체를 직관적으로 전달한 뛰어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가 가장 시원한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어쩌면 이미 우리는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회는 우리가 행동하기로 결심하는 순간 다시 열린다. 지금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답해야 할 시간이다.

 장창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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