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코딩 넘어 '현장형 AI'로…삼성 'SSAFY 2.0'의 AI 실험실

2025-12-18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삼성전자가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삼성청년SW·AI아카데미(Samsung Software AI academy For Youth)', 일명 싸피(SSAFY)를 전면 개편하고 AI 교육 중심의 'SSAFY 2.0'을 본격 가동한다. 단순 코딩 교육을 넘어, 인공지능(AI)을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무형 개발자 양성이 목표다.

◆코딩 교육에서 AI 실무 역량으로…SSAFY 2.0 본격화

삼성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SSAFY 서울캠퍼스 현장에서 미디어 대상으로 프로그램 개편 방향을 설명하며 "앞으로 기업들은 AI를 쓰지 않는 곳이 없다"며 "AI를 직접 개발하는 인력보다, 이미 검증된 AI 모델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개발자가 더 많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SSAFY는 기존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 중심 체계에서 AI 활용 역량을 핵심으로 한 교육 과정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개편은 삼성 내부에서 'SSAFY 2.0'으로 불린다. 기존 프로그램을 'SSAFY 1.0'으로 정의하고, 2025년을 기점으로 AI 교육을 전면 적용했다. 명칭도 'Samsung Software Academy For Youth'에서 'Samsung Software AI academy For Youth'로 바꾸며 커리큘럼의 무게중심을 AI로 옮겼다.

SSAFY 2.0의 핵심은 'AI 활용형 개발자'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해 대형 모델을 직접 개발하는 인재보다는,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AI 모델을 불러와 서비스에 적용하고, 결과를 분석·검증할 수 있는 실무 역량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삼성 관계자는 "대한민국에 AI 모델 개발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현실적으로 기업에 더 필요한 것은 AI를 이해하고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 개발자"라고 설명했다.

교육 과정도 이에 맞춰 바뀌었다. 1학기 몰입형 코딩 교육에 AI 기초 개념이 추가됐고, 2학기에는 AI 활용을 전제로 한 기업형 프로젝트가 본격화됐다. 교육생들은 삼성전자, 삼성SDS 등 실제 기업 개발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총 3회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AI를 적용한 서비스 구현 경험을 쌓는다. 이 과정에서 완성한 결과물은 그대로 취업 포트폴리오로 활용된다.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수료를 앞둔 13기는 전체 교육 과정 중 절반가량만 AI 커리큘럼을 이수했지만, AI 기반 3D 에셋 생성,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 솔루션, AR·AI 융합 산업 현장 지원 시스템 등 실제 사회·산업 문제를 겨냥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현재 교육 중인 14기는 AI 교육을 전면 적용받은 첫 기수로, 내년 상반기 프로젝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은 SSAFY 2.0을 통해 단순 취업 지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AI 인재 저변 확대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삼성 관계자는 "청년들이 미취업 상태에서 혼자 준비하는 대신, 안정적인 지원 속에서 AI 역량을 쌓아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SSAFY 2.0의 핵심"이라며 "기업과 사회, 개인 모두에게 필요한 인재를 키우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진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를 넘어 구현까지…SSAFY 교육생들의 실전 AI

이 같은 변화는 SSAFY 현장 시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서울캠퍼스에서는 교육생들이 직접 구현한 AI 활용 사례가 소개됐고, 단순 과제가 아닌 '현장 적용'을 전제로 한 결과물이 눈길을 끌었다. 대표 사례는 AI·AR 기반 산업 현장 작업 지원 솔루션 '온에어(OnAir)'다. 제조업 현장 근무 경험이 있는 교육생이 참여해 문제 인식부터 현장 중심으로 설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온에어는 숙련 인력 부족과 음성 위주의 비효율적 소통 구조에 주목했다. 작업자는 AI 서포터와 AR 작업 지시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헬멧을 착용하고, 관제실은 작업자의 시야를 실시간으로 공유받는다. 시연에서는 AI가 설비 이상을 1차 분석하고, 필요 시 관제실이 즉시 원격 지원에 나섰다. 관리자는 화면 위에 직접 AR 표시를 그려 점검 지점을 지정했고, 이 표시는 작업자의 시야에 그대로 고정됐다. 음성만으로 혼선이 발생하던 상황이 AR 지시로 빠르게 정리되는 장면이 연출되며, AI 활용형 개발자 교육의 방향성을 현장에서 체감하게 했다.

이어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겨냥한 AI 기반 응급 환자 이송 관제 시스템 'AI EMS' 시연이 이어졌다. SSAFY 교육생 팀 '포드 블루'는 응급 환자 이송 과정에서 병원 탐색, 반복 연락, 행정 업무가 동시에 몰리는 구조적 비효율에 주목했다.

AI EMS는 구급대원이 음성만으로 이송 전 과정을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시연에서 구급대원이 환자 상태를 말하자 AI가 이를 분석해 적합한 병원에 이송 요청을 일괄 전송했고, 이송 중 처치 내용도 자동 기록됐다. 병원 도착과 동시에 환자 요약 정보가 전달되고, 구급 활동 일지는 공식 양식에 맞춰 자동 완성됐다. 현장에서는 "행정에서 벗어나 처치에 집중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SSAFY 2.0이 지향하는 AI 활용 역량이 사회 문제 해결로 확장되는 장면이었다.

스마트폰 촬영만으로 3D 에셋(asset)을 만드는 AI 서비스 '스플래티파이(Splatify)''도 공개했다. 고가 장비와 숙련 인력이 필수였던 기존 3D 에셋 제작 구조를 바꿔, 디지털 트윈 확산에 따른 시장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연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대상 물체를 360도로 세 차례 촬영하자, 앱이 자동으로 이미지를 추출해 서버로 전송했고 AI가 수분 내 3D 에셋을 완성했다. 제작 시간은 10~15분 수준으로, 기존 방식 대비 대폭 단축됐다. 완성된 에셋은 웹에서도 확인·다운로드할 수 있어 활용성을 높였다. 팀은 "제조, 광고, 이커머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3D 에셋 접근성을 낮추는 것이 목표"라며, "SSAFY 기업 연계를 계기로 기술 고도화와 창업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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