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C서울이 팀 레전드 기성용(36)의 포항 이적을 둘러싼 거센 논란 속에서도 4-1 대승을 거두며 김기동 감독의 축구 철학이 옳은 방향임을 증명했다.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1라운드에서 서울은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로 압도적 경기력을 선보이며, 달라진 경기력만이 팬들의 분노와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보여줬다.
경기 전 “김기동 나가”를 외치며 응원 보이콧을 선언했던 서울 서포터즈 ‘수호신’도 정작 팀의 역동적인 모습에 반사적으로 환호했다. 기성용의 정교한 패스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었다. 활발한 움직임과 높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볼을 뺏는 즉시 빠른 역습으로 연결되는 김기동표 축구가 완성형을 드러냈다.
변형 백스리 구성, 기동력을 살린 끊임없는 움직임이 핵심

서울의 달라진 모습은 전술 구성부터 확연했다. 김기동 감독은 왼 풀백 김진수를 중앙으로 끌어들여 변형 백스리를 구성하고, 오른 풀백 박수일이 오른쪽에서 적극적으로 올라가며 경기장을 넓게 활용했다. 중앙 지역에 섀도 스트라이커 제시 린가드, 윙어 정승원, 루카스 등을 배치해 패스 선택지를 늘린 것이 주효했다.
기성용이 이번 시즌 서울에서 미드필더 중 가장 많은 전진 패스를 기록하며 후방에서 게임을 조율했다면, 이날 서울은 기동력을 살린 끊임없는 위치 변화로 상대 수비진을 교란했다. 린가드가 아래로 깊숙이 내려와 패스를 뿌리면 정승원과 루카스가 상대 수비 진용 사이로 침투하고, 정승원이 측면으로 빠지면 린가드가 중앙 공간을 파고드는 유기적 움직임이 이어졌다.
전반 15분 린가드의 페널티킥 선제골은 루카스의 과감한 드리블로 얻어낸 것이었고, 전반 31분 루카스의 추가 골은 린가드의 전진 패스와 황도윤과의 2대1 패스로 완성됐다.
“어린 선수들이 한 발 더 뛰었다”…기동력 축구로의 변화 완성

경기 후 린가드는 “어린 선수들이 오늘 경기장에서 자신의 그 이상을 보여줬다”며 “일대일에서 이기고, 기본을 지키며 뛰고 태클하고 부딪히는 부분이 잘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 발 더 뛰는 모습은 김기동 감독이 추구하는 기동력 중심 축구로의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성용 중심의 안정적인 패싱 게임에서 벗어나 더 많이 뛰고, 더 빠르게 움직이는 축구로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수비 후 즉시 역습, ‘기동 타격대’ 완벽 구현
김기동 감독이 포항 시절부터 추구해온 ‘기동 타격대’ 전술도 완벽하게 작동했다. 서울은 적절한 수비 진용을 유지하다가 볼을 끊어내는 즉시 다수의 선수가 일제히 역습에 나서는 패턴을 반복했다. 후반 38분 마지막 골은 야잔 알아랍이 상대 빌드업을 끊어내자마자 클리말라와 문선민이 동시에 뛰어나가 완성한 전형적인 기동 타격대 골이었다.
결국은 경기력과 결과

경기 시작 전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지켜본 기성용을 향해 응원가를 부르던 팬들도 서울의 압도적 경기력 앞에서는 팀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기동 감독은 경기 전 “경기 결과로 보여드려야 한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이날 경기는 기성용 없이도 더 역동적이고 효과적인 축구가 가능함을 입증했다.
다만 한 경기의 결과만으로 모든 논란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경기 후에도 일부 팬들이 구단 버스를 막아서며 김기동 감독 퇴진을 요구하는 등 갈등의 골은 여전히 깊다. 결국 김기동 감독이 이날 보여준 것과 같은 완성도 높은 경기력을 지속해서 선보이는 것만이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서울은 이날 승리로 7승 9무 5패를 기록하며 6위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