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반 노조 파업 격화
HD현대重 노조 나흘동안 부분 파업
임단협 난항에 합병 논란… 갈등 고조
美 군함 건조 등 K조선 부흥기 ‘찬물’
자동차·철강·건설노조도 투쟁 예고
사측 손배카드 약화… 손놓고 한숨만
사용자의 지위·사업 경영상 결정 등
법원의 최종 판단까지 혼란 불가피
한·미 정상회담 계기로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면서 국내에서 미 해군 군함건조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조선업계는 ‘마스가 훈풍’을 맞기도 전에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조선업을 넘어 자동차·철강·건설업 등 산업 전반에 노조 파업이 격화하면서 노란봉투법 공포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부터 나흘간 연속 파업에 돌입한다. 2~3일은 4시간씩, 4~5일은 7시간씩 작업을 멈춘다. 노사는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교섭에 갈등을 겪고 있다. 여기에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노조는 최근 양사 합병 발표에 “울산 노동자와 지역사회 몫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고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한화오션 노사는 이날 ‘2025년 임금교섭 타결 조인식’을 가졌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는 “2025년 임금교섭 타결은 노사 상생의 결실로, 앞으로도 안전과 품질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선박을 건조하겠다”고 밝혔다. 임금교섭이 타결됐다고 한화오션이 ‘노조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국회 노란봉투법 통과 직후 한화오션에 단체교섭에 나설 것과 470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조건 없이 취하할 것을 요구했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향후 사측의 손해배상 카드가 약화하면서 노조 파업을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조선업계는 마스가와 함께 ‘국내 미 군함 건조’ 등 모처럼 ‘K조선’ 부흥기가 왔지만, 우리 조선업의 국제경쟁력이 저하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관련 소통창구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여러 의견 수렴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사 간 균형 있는 제도가 될 수 있도록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보완책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 공포감은 산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전날 “파업 시계가 돌아가고 있다고 분명히 경고했다”며 “사측이 전향적이고 책임 있는 (임단협) 제시안을 내놓지 않는다며 파국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철강업계에선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지난달 27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현대제철 경영진 3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노란봉투법 이후 첫 번째 원청 대상 집단 고소 사례다. 포스코 노조 또한 임금 7.7% 인상을 요구하면서 “5일 까지 조합원이 만족할 제시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노동조합은 주저 없이 투쟁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건설노조 또한 17일 불법 다단계 하도급 근절 촉구 기자회견, 18일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 등을 예고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법 시행 전임에도 우려했던 현상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산업계에는 굉장히 큰 부담”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개정된 노조법은 사용자의 범위와 쟁의 대상이 어디까지 확대되는지 명확하지 않기에 노동계에서는 법이 시행되지 않았음에도 기대 심리를 갖고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특히 원·하청 관련해서는 원청 기업이 사용자성이 있는지 여부를 따지기 전에 일단 투쟁해 놓으면 사용자를 압박할 수 있으리라 여길 것”이라고 해석했다.
경제단체는 노란봉투법의 부작용을 줄이려면 국회에서 후속 보완입법을 통해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의 사용자를 어디까지로 볼지, 쟁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희정·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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