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항저우에서 두 차례 콘서트
2017년 중국 방문 불허 이후 8년 만
중, 소비 진작 위해 해외가수 공연 추진
한국 아이돌 그룹도 상업 공연 허가

미국 팝스타 케이티 페리가 오는 11월 중국 본토에서 공연한다. 과거 대만에서 반중 학생시위를 상징하는 ‘해바라기 드레스’를 입고 공연한 이후 중국 입국이 거부된 지 8년 만이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페리는 오는 11월 항저우의 객석 1만8000명 규모 경기장에서 두 차례 콘서트를 연다. 공연 사실은 저장성 문화여유국 공지로 알려졌다. 2017년 상하이에서 열린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에 참석하려 했으나 무산된 이후 8년 만이다.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로 확인한 적 없지만 8년 전 페리에게 비자를 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들은 페리의 2015년 대만 콘서트를 이유로 지목했다. 페리는 대만 공연에서 해바라기가 그려진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으며 팬들과 함께 대만 국기를 흔들기도 했다.
해바라기는 대만 대학생들이 2014년 벌인 시위의 상징이다. 국민당 소속 마잉주 총통이 2013년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격인 ‘양안 서비스무역 협정’을 체결하고 이듬해 입법원에서 협정 ‘날치기’ 통과를 시도하자 학생들은 해바라기 장식을 가슴에 달고 입법원 점거 시위를 벌였다. 이른 바 ‘해바라기 학생운동’은 전방위적 사회개혁 요구와 2016년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 당선으로 이어졌다.
대만 공연 이후 중국에서는 페리가 반중 시위를 지지했다며 비난이 일었다. 앞서 비요크, 밥 딜런, 레이디 가가 등이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거나 달라이 라마를 우호적으로 언급했다는 이유로 중국 공연이 불허된 바 있다. 다만 이들의 경우 중국 당국은 금지 이유를 명확히 밝혔다.
페리의 공연 재개는 중국 지방정부들이 젊은이들의 소비를 끌어올릴 방법으로 해외스타 공연을 눈여겨보는 와중에 이뤄졌다. 항저우시 관계자들은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도 추진할 계획을 시사했다고 SCMP가 전했다. 상하이시 자문위원들은 지난 2월 스위프트를 “걸어다니는 GDP”라 부르며 공연 유치를 건의한 바 있다.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애드 시런은 지난 2월 항저우에서 6차례 콘서트를 열었고, 미국 밴드 이매진 드래곤스도 이달 초 항저우와 선전에서 공연했다.
중국 정부는 해외 가수 공연 허용은 ‘대외 개방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 통화한 이후인 지난 1월 미국 밴드 원 리퍼블릭이 중국중앙TV(CCTV)가 생중계하는 춘절(음력 설) 전야제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 활동이 제한됐던 한국인 가수에게도 공연이 연달아 허용되고 있다. 중국 외교가와 C9엔터테인먼트그룹에 따르면 멤버 9명 전원이 한국 국적자로 이뤄진 K팝 그룹 이펙스가 이달 31일 중국 최남단 도시 푸저우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공연장은 객석 1100 규모로 알려졌다.
앞서 3인조 래퍼 호미들이 지난 12일 청두에서 공연했다. 호미들의 경우 한·중 문화교류 행사 일환으로 무대 올랐으며 상업 공연이 허용된 것은 이펙스가 사드 배치 이후 처음이다.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중국 내 한국 대중문화 활동과 관련해 “당국이 어느 날 ‘한한령을 해제한다’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문턱이 낮아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고 느끼게 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