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과 캄보디아의 무력 분쟁 이후 양국 노동시장이 후유증을 겪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태국산업연맹(FTI)은 “태국과 캄보디아의 영토 분쟁으로 인해 귀국한 캄보디아 근로자 수가 늘어나 건설·농업 등 여러 산업계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엥크라이 티앤누쿨 FTI 회장은 “현재 시점에서 캄보디아와 외교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어렵다”며 “많은 공장이 미얀마·베트남·라오스 출신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며 상황에 적응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미얀마·라오스와 협상해 주요 산업에 이주노동자를 들여와 캄보디아 노동자를 대체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9일 퐁카윈 중룽루앙킷 태국 노동부 장관은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귀국으로 인한 인력난 해소를 위해 스리랑카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1만명의 스리랑카 노동자를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 영유권 문제로 반목해온 태국·캄보디아는 지난달 24일 전투기와 중화기까지 동원한 무력 충돌을 벌였다. 두 나라는 교전 나흘 만인 지난달 28일 말레이시아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했다. 이번 충돌로 총 35명이 사망하고 26만명 이상이 피란했다.
이주노동자들은 태국의 농업·건설·제조·의류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국제노동기구는 고령화와 청년 노동력 감소에 처한 태국이 최소 300만명 이상의 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분쟁 발발 이전 약 52만명의 캄보디아 노동자가 태국에서 일했으며, 이는 전체 외국인 노동력의 약 12%를 차지했다. 라에 딜록비디야랏 태국 상원 외교위원회 수석 고문은 합법적 이주노동자는 50만명에 불과하며 미등록 이주노동자까지 포함하면 캄보디아 노동자 규모는 약 150만명 달한다고 추산했다.
캄보디아 노동직업훈련부 선 메사 대변인도 “태국에서 약 120만명의 캄보디아인이 일하고 있었으며, 분쟁 격화 이후 약 65%에 해당하는 최소 78만명이 귀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외신은 본국으로 돌아간 캄보디아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닥친 경제적 어려움도 주목했다. 캄보디아 노동자들은 높은 임금을 찾아 태국 등 인접국으로 이동해왔다. 글로벌 취업 정보 웹사이트인 샐러리 익스플로러에 따르면 지난해 태국의 월평균 임금은 9만7300바트(약 420만원)인 반면 캄보디아는 333만리엘(약 116만원)에 그쳤다.
네이선 그린 싱가포르 국립대 조교수는 AP통신 인터뷰에서 “이주노동자 소득의 손실은 그와 그 가족에게 파괴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캄보디아 비정부기구 ‘크메르민주주의운동’의 무 소추아 회장은 캄보디아로 돌아간 이주노동자들이 “소득을 박탈당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을 위해 기업과 국가가 경제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