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에 뭉칫돈 투자…소부장도 낙수효과 노린다

2025-05-27

소재·부품·장비 업계가 제조업 분야에 미래 먹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이는 데이터센터 관련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냉난방공조(HVAC) 분야 강자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인수하는 등 대기업 투자가 몰리면서 국내 부품사들도 낙수 효과를 노리는 모습이다.

27일 산업계에 따르면 전자부품 제조기업 솔루엠은 복수의 해외 정보기술(IT) 기업과 데이터센터용 전력공급장치(서버 파워)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글로벌 대형 반도체 기업이 올 하반기 출시하는 그래픽저장장치(GPU)와도 연동이 가능한 파워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솔루엠의 파워 제품은 개별 데이터센터 환경에 따라 맞춤형 공급을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솔루엠은 2028년 기준 데이터센터용 서버 파워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10%, 매출 7000억 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회사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시장이 커지면서 서버 제조사 대신 클라우드 등 IT 사업자와 직접 비즈니스 협의를 할 수 있게 됐다”면서 “고객사가 먼저 공급을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소부장 업계도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에 나섰다. 반도체 장비 회사 신성이엔지는 최근 데이터센터의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 액침냉각 솔루션을 선보였다. 액침냉각은 서버를 특수 냉각액에 직접 담가 식히는 방식이다. 기존 기술 대비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데다 서버 수명을 30% 이상 연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탄소배출량을 40% 감축하는 친환경 솔루션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신성이엔지는 올해 3월 43억 원 규모의 삼성SDS 수원 데이터센터 서버룸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전자부품 업체 삼화전기는 데이터센터에 주력 제품인 캐패시터 수요가 늘며 실적 상승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캐패시터는 전자회로에서 전기를 저장하고 방출해 내부 전력을 유지해주는 장치이다. 24시간 가동되는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장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화전기의 지난해 매출은 2331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5% 증가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같은 기간 78억 원에서 248억 원으로 217%나 뛰었다.

이처럼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잇따라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은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3년 2292억 달러(약 313조 원)에서 2034년 약 7757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시장에서 전력 인프라·공조·네트워크·건설·소프트웨어 산업 비중이 60%, 중앙처리장치(CPU)·GPU·메모리·스토리지 등의 비율이 나머지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제조 기업들이 GPU나 소프트웨어를 제외한 데이터센터 관련 분야에서 상당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최근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15억 유로(약 2조 4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LG전자 또한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키우기 위해 지난해 말에는 ES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소부장 기업의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데이터센터를 낙점하면서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이들 대기업의 해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수주가 늘어날수록 기술력에 강점이 있는 국내 소부장 기업들에도 더 많은 사업 기회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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