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엔티가 신사업으로 준비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을 하반기 본격화한다. 피앤티는 이차전지를 만들 때 사용되는 장비 업체다. 장비 전문 회사가 제조 분야까지 발을 넓히고, 현재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LFP 배터리 시장에 도전장을 던져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피엔티는 자회사 피엔티머티리얼즈를 통해 3분기부터 LFP 배터리 시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공장을 경북 구미에 구축 중이며, 연간 기준 LFP 양극활물질 2기가와트시(GWh)와 LFP 배터리 0.2GWh 규모를 갖추는 중이다.
피엔티 관계자는 “현재 연구소에서 만든 프로토타입 샘플을 바탕으로 영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많은 고객으로부터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면서 “하반기 구미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하면 고객사 승인을 위한 정식 샘플을 생산해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FP 배터리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주로 생산해온 삼원계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수명과 안정성에 장점이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비해 크기나 무게, 에너지밀도 영향이 적고 수명과 안정성이 중요한 ESS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다.
2003년 설립돼 이차전지 전극공정 장비를 주력으로 만든 피엔티가 배터리 제조까지 도전장을 던진 건 기회를 포착해서다.
LFP 배터리를 중국이 선도하고 있고, 국내 대기업들도 속속 진출하고 있지만 비상발전이나 가정용 ESS 같은 소규모 분야에서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해 사업화를 추진한 것이다.
이를 위해 2023년 자회사 피엔티머티리얼즈를 설립하고 LFP 배터리 개발에 돌입했으며 지난해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약 1000억원을 투자, LFP 배터리 소재와 셀을 생산하는 공장 구축을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생산능력이 한정된 만큼 대규모 시장을 공략하기 보다는 틈새 시장을 노릴 것”이라며 “대형 업체에서 셀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신생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공급처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사업이 성공하게 되면 회사는 배터리 장비에서 소재, 셀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게 된다. 현재 중국이 LFP 배터리 셀 뿐만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을 장악한 상황에서 독자 기술로 LFP 소재와 셀 국산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피엔티는 롤투롤(Roll-To-Roll) 기술을 기반으로 이차전지를 구성하는 전극과 분리막, 동박, 전자소재 등을 제조하는 장비와 자동화 설비를 공급하고 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