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일부 명칭 변경 검토, 잘못된 시그널 줄 수 있다

2025-06-25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그제 “통일부 명칭 변경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통일은 마차이고 평화는 말”이라며 “말이 앞에 가야 하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남북관계 개선이 우선이고 통일은 먼 훗날의 과제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문재인정부 시절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지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해 9월 “통일, 하지 말자”며 “모든 법과 제도, 정책에서 통일을 들어내자”고 말한 것을 연상케 한다. 당시 임 전 실장에게 쏟아진 각계의 비판과 질타를 정 후보자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규정했다. 1948년 제헌 헌법 때부터 8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는 조항이다. 남북은 한 나라이고 북한 주민도 곧 우리 국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또 헌법 69조에 따라 대통령은 취임할 때 반드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선서를 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4일 약식 취임식에서 국민 앞에 이같이 맹세했다. 통일은 추진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헌법이 국민과 정부에 부여한 신성한 의무라고 하겠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을 가리켜 서로 별개인 “적대적 두 국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 ‘통일’이란 용어의 사용마저 금지시켜 버렸다. ‘남북관계는 국가 대 국가가 아니고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는 선대 김일성, 김정일 정권의 신조마저 내던진 셈이다. 이를 두고 동·서독이 분단돼 있던 1960년대 동독이 서독과 국제사회를 겨냥해 펼친 정책과 흡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남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완패한 북한이 흡수통일 가능성을 우려해 아예 남북관계 단절에 나선 것 아니겠는가.

정 후보자는 통일을 말할 때 헌법정신을 최우선시해야 한다. 만약 그가 통일을 경원시하는 북한의 ‘두 국가론’을 의식해 통일부 명칭 변경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면 신중하지 못한 언행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북한이 포기한 것은 평화통일일 뿐 무력에 의한 적화통일은 여전히 김정은의 카드로 남아 있다. 우리가 통일을 지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옹호와 삶의 질 개선이다. 통일부 이름을 섣불리 바꾸는 것은 북한 주민과 우리 우방국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정 후보자는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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