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개인 비위로 불신임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방의회 해산으로 맞대응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방의회 해산이 불법은 아니지만 행정 교착 상태 돌파구라는 제도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요미우리신문은 전날 오키나와현 난조시 시의회 선거 결과 고자 게이슌 현 시장(70) 불신임 찬성파가 대거 당선돼 고자 시장이 직위를 잃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난조시 의회는 지난 9월 고자 시장의 불신임 결의안을 가결했으나 고자 시장이 시의회 해산으로 맞서면서 한동안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시의회는 고자 시장이 여성 직원의 허벅지를 만졌다는 등 복수의 성희롱 의혹이 시 제3자위원회에서 인정되자 이를 근거로 불신임 결의에 나섰다. 고자 시장은 “(시장직을) 사직하면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게 된다”며 맞대응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당선자 정원 20명 중 18명이 고자 시장 불신임 결의에 찬성 입장이다. 일본 지방자치법 제178조는 시의회 3분의 2(14명) 이상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과반수 찬성이 있을 경우 불신임 결의안이 재가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불신임 결의안이 재가결될 경우 고자 시장은 자동으로 직위를 상실하고 시는 50일 이내에 시장 선거를 열어야 한다.
지자체장이 개인 문제로 지방의회와 극한 대립한 사례는 또 있다. 다쿠보 마키 시즈오카현 이토시 시장(55)은 거짓 학력을 기재한 채 시장에 당선됐다는 의혹으로 지난 9월 불신임 결의안이 통과되자 시의회 해산으로 맞대응했다. 이후 다쿠보 시장은 이토시 의회가 지난달 말 불신임 결의안을 재가결함에 따라 자리에서 내려왔다.

마이니치 분석에 따르면 단체장 불신임에서 이어진 의회 해산은 2007년~2022년 전국에서 17건 발생했다. 이 중엔 단체장의 수탁수뢰죄 기소, 성희롱 의혹 등이 계기가 된 사례도 포함돼 있다.
지자체장의 지방의회 해산이 불법은 아니다. 일본은 지방 단체장과 의회를 따로 선출하는 이원대표제를 택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법상 단체장은 불신임 결의가 있을 경우 사직 또는 의회 해산을 선택할 권한이 있다. 의회 해산 사유를 제한하는 규정은 따로 없다.
하지만 단체장 본인의 비위 문제를 의회 해산까지 끌고가는 건 납득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돗토리현 지사를 지낸 가타야마 요시히로 다이쇼대 특임교수는 “의회 해산은 정책을 둘러싼 단체장과 의회의 대립을 상정하고 있다”며 “단체장 (개인) 자질이 문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회를 해산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요미우리에 말했다.
시즈오카현 부지사를 지낸 오무라 신이치 시즈오카산업대 객원교수는 “법은 일정한 상식이 있는 사람이 제도를 운용하는 것을 암묵적 전제로 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면서 “단체장이 제멋대로 의회 해산권을 사용하고 행정 정체가 이어진다면 제도의 존재 방식에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에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