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 '우주먼지'의 알쓸신천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

2025-11-17

[비즈한국] 2007년 은하를 찍은 이미지 100만 개가 웹사이트에 공개​됐다. 옥스퍼드대학교 천문학 박사 과정 학생 케빈 샤빈스키는 SDSS(Sloan Digital Sky Survey)로 관측한 데이트를 올려, 누구나 은하 이미지를 보고 그것이 원반 은하인지, 타원 은하인지 형태를 분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은하 동물원 ‘갤럭시 주(Galaxy Zoo)’로 불린 이 프로젝트는 시민 과학의 훌륭한 사례로 꼽힌다. 천문학자들만 보던 관측 데이터를 일반에 공개한 일은 처음이었다. 이런 지루하고 쓸모없는 작업에 누가 관심을 가지겠어. 천문학자들은 회의적이었하지만 실제 결과는 놀라웠다. 175일 만에 전 세계에서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와 4000만 개가 넘는 은하의 형태를 분류했다.

천문학자이자 유튜버 ‘우주먼지’로 널리 알려진 지웅배의 새 책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에 실린 이야기다.

어렵고 복잡한 물리학은 이해 못 해도 우주를 동경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저 하늘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막연히 이끌리는 사람이 기자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인간은 모두 타고난 ‘천문학자’가 아닐까. 수없이 만들어지는 SF 소설과 영화는 물론이요, 실패를 거듭하고도 기어이 또 우주로 나아가는 인류의 의지를 보면.

저자 지웅배는 사실 천문학이 별로 쓸모없는 학문이라고 ‘고백’한다. 태양계 끝자락에서 돌 조각 몇 개가 부딪치는 일이나 수억 광년 거리에 사는 은하의 암흑 물질 비율 따위를 따지는 게 우리가 먹고사는 일상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그러나 바로 그 점에서 천문학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학문이라고 역설한다. 생각해보면 인간은 쓸모 있는 것만을 하진 않는다. 사실 쓸모없는 걸 할 때가 더 재미있지 않은가. 저자는 인간이 이 우주에서 별을 보는 행위를 할 줄 아는, 그것의 재미를 느낄 줄 아는 유일하고도 아름다운 존재라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는 앞서 소개한 갤럭시 주 프로젝트 외에도 인류가 계속 별을 올려다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어린 왕자’에 등장한 ‘별을 세는 사업가’가 사실은 천문학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낭만적인 이야기로 시작해, 100년 전 디지털카메라가 없던 시절엔 유리판에 담은 별빛이 마치 곰팡이처럼 보였다는 이야기, 하버드대학교 천문대에서 쏟아지는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인건비가 싼 젊은 여성들을 고용했고 이들이 ‘계산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컴퓨터(Computer)’로 불렸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제 천문학은 인공지능(AI)을 훈련시켜 왜소 은하를 찾아내고, 소행성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지구를 보호하는 수준으로까지 급격히 발전했다.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에는 아직 밝혀내지 못한 우주의 비밀과 천문학의 한계도 담겨 있다.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 물질은 ​지금의 우주 모습을 만들었지만 그 정체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빛을 내지도, 흡수하지도, 보이지도 않는 암흑 물질이라는 ‘유령’을 쫓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하늘뿐 아니라 땅 속까지 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암흑 물질이 진짜 물질인지, 아니면 단순한 중력인지조차 모른다. 인류는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찰나의 존재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모습조차 진실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아는 것이 아닌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마음, 그것이 천문학자의 마음이며 ​천문학이야말로 인간을 겸손하게 만들어주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저자 지웅배는 학계를 넘나들며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과학 크리에이터 중의 한 사람이다. 세종대학교에서 천문학을 가르치는 한편 구독자 수 26만 명, 누적 조회 수 4000만 뷰에 이르는 유튜브 채널 ‘우주먼지의 현자타임즈’를 운영하며 대중에게 널리 우주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어렵기만 한 천문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기에 천문학 덕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책을 덮고 나면 자연스레 시선이 밤하늘을 향한다. 보이는 건 별이 아니라 지구 궤도를 따라 도는 인공위성일지라도, 마음의 눈은 이미 우주 저편의 누군가를 보고 있을 것이다.

김남희 기자

namhee@bizhankook.com

[핫클릭]

· [사이언스] '눈을 감아야 보인다' 암흑 물질을 찾는 방법

· [이주의 책] '아이가 있는 집의 질문들', 실천으로 답한 어른들

· [사이언스] 적색왜성 주변 외계행성에 품은 희망이 절망으로…

· [이주의 책] 아이돌 산업의 문제와 대안을 짚다 '케이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 [이주의 책] 반려인을 위한 '재난 대비 생존북 개 고양이와 함께 살아남기!'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