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속옷 탈부착을 강조하는 등 성적 이미지를 재현한 피규어(인형)는 음란물이라고 규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신경보는 8일 상하이시바오산구인민법원이 수익을 목적으로 음란물을 제조한 혐의로 기소된 피규어 제작사 임직원 등 12명에게 유죄 판결을 했다고 보도했다. 피고인에는 공장주부터 판매 사이트 사무원까지 모두 포함됐다. 형량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1개월~징역 4년9개월이며, 피고인 전원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재판 과정에서 일본 게임 캐릭터를 모델로 한 상품(사진)이 가장 논란이 됐다. 이 피규어는 등에는 날개가 달렸으며 무릎을 꿇고 바닥에 앉은 자세의 속옷 차림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속옷은 벗길 수 있도록 제작됐으며 가슴, 유두, 하체 등 성적 부위가 인체 수준으로 자세히 묘사되지는 않았다.
온라인에서 피규어를 구매한 미성년자 소비자 2명의 증언이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판결문에 따르면 구매 당시 18세 미만이었던 증인들은 피규어의 속옷 아래 가슴과 생식기가 구체적으로 묘사됐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구매했으며 한 명은 부모님이 볼까봐 피규어의 가슴 등을 테이프로 가렸다고 진술했다. 또 남에게 보여주기 부끄럽다고 생각해 피규어를 학교 기숙사 대신 자택의 자기 방 침대 밑에 뒀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증인들이 성적 내용물을 기대하고 구매했고 전시를 부끄러워했다는 점에서 해당 피규어의 외설적 성격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신경보는 인민법원에 등록된 판례 검색 결과 해당 판결이 중국에서 피규어를 음란물로 규정한 첫 판례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중앙TV(CCTV)가 2023년 12월 선전·둥관 일대에서 성적 이미지의 피규어가 대대적으로 생산된다며 실태를 조명하는 기사를 내면서 수사가 이뤄졌다. 바오산구인민검찰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고인들이 2022년부터 ‘음란 피규어’ 8000점 이상을 제작하고 5000점 이상을 판매했으며, 장쑤성의 창고에서 3700점 이상의 피규어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수천점의 증거품 가운데 ‘무릎 꿇은 여성’ 이외의 피규어에는 음란물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지 않았다. 음란물이라고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신경보는 변호사들을 인용해 속옷 탈부착 여부와 ‘속옷 제거 가능’, ‘부드러움’ 등이라고 광고하거나 여성 성기를 명확하게 묘사했는지 여부, 행정허가 여부 등이 주요 지표라고 소개했다.

판결이 공개되자 중국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업게 표준이 없는 상황에서 사법기관이 개입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는 목소리와 쇼핑몰 매장 운영자까지 처벌하는 것은 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대규모 음란물 산업 사슬에 대한 불관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판결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시장과 산업에 대한 감독이 불완전한 상황에서 법원 개입은 과잉규제가 아니라 행정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조치이며, 집행유예 등의 형식으로 관용을 발휘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판결이 화제가 된 것은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성적 이미지의 상품 판매가 이전부터 논란이 돼 왔기 때문이다. 중국매체 집중방담은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일부 피규어는 청소년(7~14세) 이용가라고 표시돼 있으며 중학생이 주 고객층이라고 전했다.
왕즈위안 중국 정법대 교수는 이번 판결이 음란물의 식별 기준을 구체화했다며 “ 업게가 ‘예술 창작’, ‘서브컬쳐(하위문화)’, ‘2차원’ 등의 이름으로 미성년자 보호의 선을 넘지 않도록 경고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