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유통업계 M&A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해 티메프 사태 이후 홈플러스, 애경산업, 정육각, 발란 등 굵직한 매각·M&A가 잇따라 진행되고 있다.
법인은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새 출발을 모색하지만, 남겨진 직원들의 현실은 다르다. 지난해 티메프 사태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백 명의 직원이 뿔뿔이 흩어졌고, 현재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한 뒤 남은 인원은 100명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기업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애경산업의 경우 지난 4월 1일 김상준 대표가 서울 마포 본사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긴급 간담회를 열고 "그룹의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매각도 고려 대상"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며 매각 사실이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 추가적인 설명이나 내부 소통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회사 내부 게시판이나 커뮤니티 등에서는 "매각 상황에 대한 정보가 전혀 공유되지 않는다", "수당 없는 야근이 지속된다"는 직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기업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합병 막판 협상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진 모 기업에서는 아직 홍보 채널조차 통일되지 않은 상태다. 관계자에 따르면 홍보 채널이 통일될 지, 분리될 지 아무 지령이 내려온 게 없다. 언제 알려줄지도 모르고, 앞으로의 운신이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 회사를 다녀야 하는 직원들의 입장이 얼마나 답답할지 안봐도 뻔하다.
대형 유통사의 매각은 개별 기업을 넘어 사회 전반에도 큰 파장을 미친다. 홈플러스는 최근 전국 15개 점포 폐점을 발표했고, 이로 인해 약 10만 명의 근로자가 일자리 위기에 직면했다. 대규모 인력 유출은 지역 경제와 국가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에 '남의 일'로 넘길 것이 아니다.
물론 현행 법 체계상 기업이 인수·합병되더라도 근로계약은 포괄 승계돼 직원들의 자리는 원칙적으로 보장된다. 회생절차 M&A에서도 '고용 유지 계획'이 인수자 선정의 핵심 기준이다.
그러나 고용 승계가 곧 동일한 조건 보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 사례에서 보듯 매각 이후 매장 통폐합, 인력 재배치, 희망퇴직이 빈번했고, 임금·복리후생 역시 효율화 명목으로 축소되곤 했다. 직원들이 "자리는 지켜져도 처우는 나빠질 수 있다"는 불안을 호소하는 이유다.
결국 단순히 '고용 승계'라는 형식적 요건에 그칠 것이 아니라, 매각 과정에서 직원들의 근무 조건과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기업의 재무 논리뿐 아니라 직원들의 삶과 노동 조건을 보호하는 제도적·관행적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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