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에서 ‘건폭몰이’로 노동탄압을 당했던 건설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정부를 대표해 사과했다.
김 장관은 지난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건폭몰이 건설노동자 명예·피해회복 토론회’에 참석해 건설노조와 건설노동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 정권에서 노사 법치주의란 이름으로 자행된 노동탄압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를 대신해 상처받은 노동자, 노동조합, 유가족과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국가가 잘못했다”고 말했다.
고 양회동 전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은 2023년 5월1일 춘천지검 강릉지청 주차장에서 윤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했다. 그의 아내 김선희씨는 “국가 권력이 ‘건폭’으로 낙인찍고 법과 공권력을 악용해 남편과 건설노조를 공갈협박범으로 몰아갔다”며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부당한 노동탄압에 가담한 책임자들에 대한 국가의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토론회 도중 자주 눈물을 훔쳤다.
김 장관은 이날 2시간가량 진행된 토론회 내내 자리를 지키며 건설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께선 ‘사람 목숨 귀한 줄 알아야 한다’는 국정철학을 가지고 있다”며 “첫째, 살려고 나간 일터에서 죽으면 안 된다. 둘째, 열심히 일하고 돈 못 받으면 안 된다. 셋째, 일하며 차별받아선 안 된다. 열심히 하겠다”고 노동 정책 방향을 밝혔다.

김용기 건설노조 부산울산경남건설지부 부지부장은 “지난 3년동안 건설노동자들에게 국가는 없었다”며 “안전을 위해 새로운 장비 도입을 회사에 요구했는데, ‘협박범’이 됐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윤 정부에서 집시법 위반, 공갈협박, 업무방해 등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았던 2250여명의 이름이 한가득 화면에 띄워졌다. 총 657명이 기소됐고, 43명이 구속됐다. 아직도 4명은 구속되어 있는데 이들은 오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다시 사회에 나온다.
건설노조를 변호한 하태승 변호사는 “내일도 건설노조 사건으로 새벽에 순천에 가야한다”면서 “평범한 가장이 수사를 받다 절망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결했다. 노조가 기생충, 깡패집단으로 매도되는 현실은 민주국가에서 정상적이지 않다. 이들은 더 이상 죽지 않아도 되는, 임금체불 없는, 더 나은 일터를 원했을 뿐인 평범한 시민들이다”고 최후변론 때 했던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건설노동자들과 양회동 열사의 진정한 명예회복은 노동권과 안전이 지켜지는 현장의 구조적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공정거래법과 노조법, 사회보험관계법 등 입법기관으로서 국회에 맡겨진 책무를 다하는데 힘 쏟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