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한 달전만 하더라도 “나의 올 시즌은 끝났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던 무키 베츠(LA 다저스)가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거짓말같이 부활에 성공한 모습이다.
베츠는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 2번·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만루홈런 포함 5타수4안타 5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베츠는 1회말 1사 후 맞은 첫 타석에서 콜로라도 선발 카일 프리랜드를 상대로 볼카운트 1B-2S의 불리한 상황에서 91.4마일(약 147.1㎞) 패스트볼을 공략해 1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이어 팀이 3-0으로 앞선 2회말 2사 1루에서 맞은 두 번째 타석에서는 프리랜드의 3구째 92.9마일(약 149.5㎞)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직격하는 1타점 2루타를 쳤다.
5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좌전안타를 때려낸 베츠는 6회말 네 번째 타석에서는 좌익수 플라이에 그쳤다. 하지만 베츠의 방망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팀이 5-0으로 앞선 8회말 1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베츠는 콜로라도의 불펜 투수 앤서니 몰리나를 상대로 3B-0S의 유리한 상황을 만든 뒤 4구째 96.1마일(약 154.7㎞) 패스트볼이 가운데 몰리자 놓치지 않고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을 쳤다. 베츠의 시즌 18호 홈런이자, 2023년 8월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이후 약 2년 만에 나온 만루홈런이었다.

다저스는 베츠의 쐐기 만루홈런을 포함해 타선이 14안타를 몰아치며 9-0 완승을 거두고 4연승을 질주했다. 다저스 선발 블레이크 스넬이 6이닝을 2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승리 투수가 됐다.
올해 LA 다저스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선수 명단을 만든다고 하면, 반드시 베츠의 이름도 포함된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개막 2연전을 치르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던 베츠는 원인 불명의 장염 증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했고, 결국 체중이 8㎏ 가까이 빠지는 등 고생을 면치 못했다.
그렇다보니 시즌 준비가 제대로 될리 만무했다. 실제로 올 시즌 베츠의 성적은 앞선 시즌들과 비교해 처참하기 그지 없다. 오타니 쇼헤이와 프레디 프리먼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줘야 할 베츠의 부진은 다저스에 여러모로 큰 타격이었다.
하지만 베츠는 시즌이 끝나갈 무렵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드디어 부활에 성공했다. 7월까지만 하더라도 타율 0.240, OPS 0.681, 11홈런, 46타점에 그쳤던 베츠는 8월 들어 타율 0.288, OPS 0.762, 3홈런, 13타점으로 반등의 기미를 보이더니, 9월 들어서는 타율 0.400, OPS 1.221, 4홈런, 15타점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덕분에 시즌 전체 성적도 타율 0.260, OPS 0.737, 18홈런, 74타점까지 올라갔다.
다저스는 올 시즌도 굳건하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질주하고 있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전력에 여러가지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활한 베츠가 가을야구까지 이 활약을 이어간다면, 다저스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