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점유율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현재 1위 삼성자산운용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부터 ETF 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공헌하며 맹렬한 추격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ETF인력 이탈 상황에 이어 분배금 삭감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1위와 격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종가 기준 전체 ETF 시장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33.98%(순자산총액 64조9339억원)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삼성자산운용은 38.65%(순자산총액 73조864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점유율 격차는 4.67%포인트(p), 순자산은 8조9309억원으로 계산된다.
올해 1월말 점유율 격차(2.39%p)로 비교해서는 2%p 이상 더 확대됐다. 순자산차이도 3726억원에서 약 24배 벌어졌다.
미래에셋운용이 지난해 트렌드였던 커버드콜, 해외주식형 상품 등을 연이어 출시하며 삼성운용 턱 밑까지 쫓아온 것과 대비된 수치다. 앞서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운용이 삼성운용과 격차를 1.63%포인트로 크게 좁히자, 시장에서는 삼성운용이 1위 자리를 빼앗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올 들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1월 말 미래에셋운용 이경준 전 전략 ETF 본부장은 키움투자자산운용 ETF 헤드로 이동했다. 이 본부장을 따라 오동준 ETF 전략팀장도 키움운용으로 거취를 옮겼다. 두 명의 핵심 인력이 이탈한 것이다. 이경준 전 본부장은 '커버드콜'을 국내에 처음 선보인 실력자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커버드콜은 지난해 개인 수요를 끌어들이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을 이끈 핵심 상품으로 회사는 지난 1년간 커버드콜 상품 6개를 출시했다.
핵심 인력의 이탈은 은 조직 분위기를 저하하고, 경쟁력 악화를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 요인으로 꼽힌다.ETF 시장의 경우 단기간에 급성장한 시장이어서 전문 인력은 턱없이 모자라며, 마땅한 인력 풀(POOL)이 없어 후임자를 찾기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2월 초에는 미국 대표지수 ETF 2종의 분배금 삭감으로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질타를 받았다. 회사는 당시 홈페이지를 통해 '2025년 TIGER ETF' 분배금을 공개했다. 'TIGER 미국S&P500'의 분기 배당금은 45원, TIGER 미국나스닥100은 70원으로 측정됐다. 전년 동기 대비 35.7%, 66.7% 감소한 수치다. 이는 경쟁사와 비교해도 크게 삭감된 액수였다.
이에 투자자들은 공지 없이 삭감한 것은 투자자와 운용사 간 신뢰를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한 투자자는 "연금계좌에서 장기투자를 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어떤 운용사를 신뢰할 수 있는지 문제는 상당히 중요하다"며 "별다른 공지 없이 전 분기 대비 70% 이상의 배당삭감은 묵과할 수 있는 재량의 영역 범위 밖이고 신뢰를 해치는 행위"라고 밝히기도 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뒤늦게 분배금 삭감에 대한 내용을 공지했으나,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저버린 신뢰에 경쟁사 동일 지수 추종 ETF로 갈아탔다. 코스콤 집계를 보면 지난 2월 3일과 4일 분배금 삭감 폭이 상대적으로 더 컸던 TIGER 미국 나스닥 100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은 각각 112억원, 236억원을 순매도했다. 미래에셋운용은 잔여 분배금을 오는 7일에 지급한다.
삼성운용이 최근 공격적인 영업으로 전환한 점도 격차가 벌어진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운용은 이달 7일 종가 기준 7개의 상품을 출시했다. 이 가운데 최초로 버퍼형 ETF를 개발한 것과 대부분 해외 ETF인 점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삼성운용은 그간 해외 ETF가 미래에셋운용 대비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미래에셋운용은 하반기 부터는 '추격전' 속도를 더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들어 5개의 상품을 선보인데 이어 조직 안정화와 상품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기로 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3월 말에서 4월 초 내부 이동 및 외부 인력 충원을 통해 조직 구성을 완료했다"며 "올해 상품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삼고 작년 한해 많은 사랑을 받은 미국 주식 외 다양한 테마·전략 및 다양한 자산군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운용역들의 국내외 탐방 등 리서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초에는 단기 상품에 집중했고 곧 상장될 차이나테크TOP10과 같이 중국 내 글로벌 경쟁력 있는 첨단 제조업 기업들도 계속 소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