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에 걸쳐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며 수십 년간 전 세계 해상 항로를 지배해 온 미국 주도의 안보 체제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 연안을 넘어 호주와 중동 해역까지 진출하며 군사 훈련을 실시 중이다.
중국 해군의 군사적 존재감 확대 움직임은 가까운 곳인 대만해협에서 시작된다. 중국은 수십 년간 대만 영토가 본토의 일부라고 주장해 왔지만 그간 대만의 어떤 부분도 통제한 적이 없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공개적으로 군사 작전을 강화해 대만과 그 주변 영토를 공격할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대만 공략의 핵심 지표 중 하나는 대만해협의 소위 중간선이다. 중국과 대만 사이 해협의 중앙을 따라 대략적으로 그어진 경계선을 말한다. 중간선은 1950년대 미군이 처음 구상한 구속력이 없는 경계선이다. 베이징은 공식적으로 그 존재를 인정한 적이 없다. 역사적으로 인민해방군은 빈번히 전투기를 보내 이 선을 넘나들며 기존 국제 질서에 도전하려는 의지를 보여왔다.
싱크탱크인 제임스타운 재단이 1월 보고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인민해방군의 중간선 도발은 953건에서 3070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2024년 313일 동안 이런 임무를 수행했는데, 전체 항공 임무의 약 60%를 차지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간선을 지우려는 빈번한 움직임은 오랫동안 유지돼 온 암묵적 경계를 위반하는 것이며, 대만 방공망의 대응 시간을 줄이는 전략을 통해 대만군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본다. 단순히 정치적, 외교적 제스처나 심리전 차원의 기동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전쟁을 위한 전략과 태세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군사 교리가 평시의 일회성 신호 발신보다 지속적이고 현실적인 훈련으로 전략적 변화를 했다는 의미다.
중국군이 국제 질서에 도전할 역량을 보여주는 또 다른 핵심 지표는 1차 및 2차 도련선(島鏈線·island chain)을 넘어 대규모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다. 두 도련선은 미국 군사 전략의 핵심이다. 중국의 세력 투사를 저지하고, 최악의 경우 태평양에서 또 다른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전략적 해상 통제선이다.

1차 도련선은 일본에서 대만과 필리핀 북부를 거쳐 보르네오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군도를 통해 뻗어 있다. 이는 중국 연안을 따라 자연적 장벽을 형성한다. 2차 도련선은 더 동쪽에 위치하며 일본의 보닌 제도와 화산 열도, 괌을 포함한 마리아나 제도, 서부 캐롤라인 제도(야프와 팔라우)를 연결한다. 두 도련선을 돌파하는 능력은 중국이 해외에서 미국에 도전해 군사적 영향력을 확장하는 필요조건이다.
6월 초, 중국군은 자국 항공모함인 랴오닝함과 산둥함 모두를 1차 도련선을 넘어 서태평양에 배치했다. 랴오닝함은 필리핀 동쪽까지 항해했다. 인민해방군이 이런 훈련을 실시한 것은 처음이었다.

중국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 영토 주변으로 군사적 영향력을 확장 중이다. 2월과 3월에 중국 해군 기동부대가 호주 전체 일주를 완료했다. 107기동부대라는 명칭의 이 부대는 인민해방군의 첨단 055형 순양함, 054A형 호위함, 903형 급유함 등으로 편성됐다. 함정들이 개별적으로 또는 편대를 이뤄 산호해를 통과했고 기동부대는 국제수역에서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인민해방군의 이례적 장거리 작전이었다. 중국의 원해 작전 역량이 확장됐음을 알리는 신호이자, 서방 해군이 오랫동안 지배해 온 해역에서 중국의 존재를 일상화하는 훈련이었다.
중국은 중동 지역에서도 군사적 존재감을 확대하려 노력해 왔다. 2017년부터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유지하고 있고, 파키스탄, 아랍에미리트(UAE)와 비공식적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지부티 기지는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이 정박할 수 있는 약 340m 길이의 부두, 지하 인프라, 병원, 헬리콥터 착륙장, 활주로 등을 갖추고 있으며, 상시 1000명에서 2000명의 인력을 수용한다.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수에즈 운하 같은 전략적 요충지 근처에 위치해 중국의 해외 정보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한다.
파키스탄에서는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해외항만지주회사가 운영하는 과다르 항구에 중국이 군사적 거점을 확보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 소재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인 드롭사이트 뉴스(Drop Site News)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는 2023년 중국에 이 항구를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양국 정부는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중국과 UAE는 2023년 합동 군사훈련을 시작했고, 중국군은 칼리파 항구 내 대규모 선적 시설에 대한 독점 설계권을 35년간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의 이런 항구 프로젝트들은 잠재적으로 미국의 물류와 신속하고 효율적인 병력 이동을 저해할 수 있다. 또 역내 세력 간 안보나 경제 영역에서 충돌하는 경우 미국에 외교적 딜레마를 일으킬 수 있다.

중국은 동남아시아와 인도양 지역에서도 군사적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벵골만 주변의 캄보디아, 스리랑카, 태국, 싱가포르에서 항구 인프라 건설과 해군 주둔을 확대 중이다.
캄보디아에서는 중국의 레암 해군기지 건설 및 개보수 작업이 진행 중이다. 표면적으로는 레암 기지가 캄보디아의 통제하에 있다. 그러나 위성 이미지와 중국군 전용 부두 건설 및 별도의 해안 복합시설 등을 염두에 두면, 레암 기지 북단은 중국 해군에 사실상 할양된 것으로 보인다. 또 스리랑카의 항구들에 군사 측량선을 정박시키고, 태국과는 원양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중국상인항구지주회사는 스리랑카의 심해 항구인 함반토타 항구를 운영하기 위해 99년 간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이 이 지역 항구 인프라에 광범위하게 접근할 토대가 됐다.

중국의 대양해군 전략은 중국인의 장기적, 전략적 사고를 반영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자국 영토와 다른 나라들에서 확보하고 개발한 항구와 조선 능력의 수준이 이를 보여준다. 단 미국과의 해상 경쟁에서 관건은 실전 경험이다. 군사 훈련을 대폭 늘리고 있는 데서 중국의 딜레마가 보인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