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칼럼]AI 대전환 시대, 혁신과 신뢰의 균형을 설계하는 개인정보 보호책임자

'특이점(singularity)'은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전환점을 뜻한다. 오랫동안 미래학적 담론으로만 여겨졌던 이 개념은 이제 현실의 문턱에 와 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최근 신작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원제: The Singularity Is Nearer)에서, 그 시점이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라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음을 강조한다. 생성형 AI의 전례 없는 발전으로 산업과 사회는 AI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고, 우리는 AI 혁신과 신뢰의 균형이라는 중대한 과제 앞에 서 있다. 그리고 이 균형을 이끌어 낼 핵심 주체가 바로 개인정보 보호책임자(CPO)다.

AI의 성패는 결국 데이터의 확보와 활용에 달려 있다. 이 데이터의 상당 부분은 다양한 형태의 개인정보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이 곧 AI 혁신의 핵심 조건이며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고려 없이는 혁신도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CPO의 역할은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AI 혁신을 가능케 하는 출발점이 된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전제로 한 안전한 개인정보 활용만이 책임과 신뢰 기반의 AI 시대를 견인하고, 이는 곧 지속 가능한 AI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CPO는 AI 개발과 서비스 설계 초기부터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반영해야 한다. 빅데이터 처리, 모델 학습, 서비스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 중심 설계(PbD)를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신뢰할 수 있는 혁신의 기반이다. 더욱이, AI 프라이버시 리스크는 정적이지 않다. 데이터 수집에서 학습, 운영, 업데이트에 이르기까지 단계마다 새로운 위험이 발생한다. 따라서 한 번의 대응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위험을 지속적으로 식별하고, 미세조정을 통해 관리하는 상시적 활동이 필요하다. 이를 제도화하고 실행할 수 있는 주체가 바로 CPO다. CPO는 내부적으로는 최고정보책임자(CIO),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협력해 전사적인 AI 프라이버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AI 생애주기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프라이버시 리스크를 식별·평가하고 그에 비례한 다층적 경감조치를 적용한다. 이들의 전문성과 책임 없이는 AI의 안전한 정착도, 사회적 신뢰도 담보하기 어렵다.

한편, AI는 복잡성과 불투명성으로 인해 대중에게 '블랙박스'로 인식되기 쉽다. 이때 CPO는 AI 기술과 서비스가 작동·구현되는 절차를 설명하거나 공개하고 정보주체의 권리 보장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AI 산업의 신뢰를 세운다. 기술 확산을 가능케 하는 힘은 결국 신뢰에서 나오며, 신뢰는 투명성과 책임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CPO는 혁신성과 신뢰를 동시에 확보하는 리더십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아동·청소년 등 사회적 취약계층은 데이터 오남용에 더 쉽게 노출된다. CPO는 이러한 사회적 집단을 배려하는 원칙을 내재화해 포용적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이는 윤리적 의무이자,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전략적 선택이다.

AI 대전환의 성패는 기술 발전뿐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책임 있게 활용하고,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데이터라는 핵심 자원을 안전하게 활용하는 것은 곧 혁신의 전제조건이며, CPO는 그 중심에서 기업과 사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리더다. 따라서, CPO의 역할은 단순 관리 차원을 넘어 AI 혁신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략적 기능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CPO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 내 권한과 역할을 강화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전제로 한 신뢰 기반의 AI 생태계는 바로 CPO의 전략적 리더쉽을 통해 구축되며, 이는 대한민국이 신뢰 기반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결정적인 원동력이 될 것이다.

윤수영 한국개인정보보호책임자협의회(한국CPO협의회) 사무국장 sueyoung@kcp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