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가족들 어떡해…전쟁범죄 멈추라” 국내서 목소리 높인 이란인들

2025-06-22

미국이 이란에 대해 공습을 하자 국내에 있는 이란인들이 22일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전쟁 범죄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재한이란인들 50여명은 이날 서울 종로구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인근에 모여 이란과 이스라엘의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핵 시설을 표적으로 삼고,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유엔과 모든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들이 이스라엘이 전쟁 범죄를 책임지도록 하고, 더 이상의 무력 충돌을 막을 것을 도와달라”고 밝혔다.

집회에는 재한이란인 외에도 한국인, 미국인 등 다양한 국적의 시민 약 50명이 함께 참가했다. 이들은 “침묵은 살인이다. 이란을 위해 목소리를 내자(Silence Kills, Speak Up for Iran)”, “아이들은 표적이 될 수 없다. 전쟁 범죄를 멈추라(Children are not the Target, Stop the War Crime)”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번 미국의 공습피해를 받은 이란 이스파한 출신인 알리(50)는 “미국은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원자력 시설을 공격했다”며 “지금까지 전쟁으로 400명이 죽고, 3000명이 다쳤는데, 미국과 이스라엘은 군사 시설이 아니라 집, 병원 같은 곳의 민간인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아(27)는 “핵 시설을 공격하면 방사능의 영향으로 지금 사는 사람들뿐 아니라 미래 세대까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국에 있는 사람들과 가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소헤일(32)은 “이란 민족과 가족에 대한 걱정이 크다”며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확전이 돼 있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마리아는 “이모가 테헤란에 사는데 공습 후 차로 6시간 정도 떨어진 곳으로 피난을 갔다”며 “가족들도 2일 전에 갑자기 연락이 안 돼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시카고 출신인 덩컨 솔레어는 “‘법에 따른 질서’가 미국과 미국의 위성국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겨운(gross)’ 일”이라며 “어떤 종류의 확전도 원하지 않고, 특히 이란 시민들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인 새프런(33)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란 여성의 권리’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악용하고 있다”며 “어떤 폭격도 이란 여성의 해방을 불러올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시민사회단체도 연대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은 이날 오후 2시 종로구 교보문고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미국의 이란 공습을 규탄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비롯한 약 120명이 참석해 손팻말을 들고 “이란 공격 중단”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이번 사태에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했다. 이스라엘 하이파 출신의 한 팔레스타인인은 “가자와 서안지구가 피 흘리는 동안 국제사회는 방관하고 있다”며 “우리는 민족 학살의 중단을 요구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집회 이후 인사동과 주한 미국대사관을 지나 주한 이스라엘대사관으로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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