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부족” 이유 지침 개정
체류 신분따라 지원 차별 논란

성평등가족부의 성폭력 피해자 지원 지침에 미등록 외국인 차별 조항이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 지원 단체들은 미등록 외국인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은 불가하다는 지침이 생기면서 성범죄 피해자 지원 체계에 혼란과 차별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26일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성평등부의 ‘2025 여성·아동권익증진사업 운영지침’을 보면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 대상에 “불법체류자 불가”라는 문구가 신설됐다. 성평등부는 성폭력 피해자와 직계존비속 등에게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지원한다. 외국인 피해자에 대해서도 “범죄피해자 구조 및 지원” 측면에서 의료비를 지원토록 하는데 올해 처음으로 미등록 외국인에 대해선 지원이 불가하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이는 외국인이 의료 보험을 적용받지 않는 점 때문에 신설된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인 피해자의 진료비는 내국인보다 4~5배가량 더 많이 지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의료비가 넉넉하지 않은 탓에 현장에서 부담이라는 의견이 있어서 지침을 개정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은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편성·운영되는데 미등록 이주민을 해당 기금으로 지원하는 것을 두고 고민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침 개정 이후 현장에선 국내에서 입은 성폭력 피해임에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제주의 한 중국인 여성은 지인으로부터 마약에 의한 강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신고했다. 피해자는 다리와 얼굴 등에 멍이 들고 외상후 스트레스가 심해 외출이 어려운 상태다. 제주 해바라기센터는 사후피임약을 지급했지만 폭력 피해 치료 지원까진 어려웠다. 성평등부에 문의하자 지침 개정 이후 미등록 상태인 피해자를 지원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예산 부족 문제로 체류 신분에 따라 지원 대상을 나누는 일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 예산은 2023년 22억5800만원에서 2024년 21억800만원으로 줄어든 이후 여전히 증액되지 않고 있다. 의료비 지원을 받은 인원도 2022년 1만2794명에서 2023년 1만2339명, 2024년 1만1207명으로 계속 줄었다.
체류 신분 때문에 피해 지원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 지침상으로는 미등록 이주민 아동이 성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도 의료비 지원을 못 하게 될 우려가 있다. 성평등부는 의료비 과다지급을 막고자 필요하면 상담소 등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한다. 의료비가 평소보다 많이 나오면 점검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지침을 소극적으로 해석해 지원을 줄일 우려가 있다. 고은비 제주 해바라기센터 부소장은 “불법체류자 불가가 지침에 명시된 상황에서 지원 센터나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나서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미애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성폭력 피해자 지원 서비스 예산을 삭감하는 바람에 사각지대가 생겼다”며 “등록·미등록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인권 보호 방안인 만큼 관련 예산을 복원하고 지침을 재개정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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