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62〉 [AC협회장 주간록72] 컴퍼니빌딩, 실패 경험 인재풀에서 시작하라

2025-08-24

창업 생태계에서 '실패'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실패를 경험한 창업자는 시장 냉정함을 몸소 겪었고, 제품·서비스 검증과 고객 피드백 과정을 이미 통과했다. 이러한 경험은 두 번째 도전에 강력한 무기가 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재창업 기업 3년차 생존율은 84.6%로 첫 창업 기업 44.6%보다 1.8배 높고, 5년차 생존율은 73.3%로 첫 창업 대비 무려 2배 이상 높다. 해외에서는 이런 재창업자를 'Serial Entrepreneur'로 분류하며, 실패 경험을 오히려 투자 매력으로 본다.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는 정부 차원 지원 프로그램과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한 번 실패한 창업자를 다시 무대 위로 올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의 혁신성과를 높인다고 평가한다.

씨엔티테크는 투자 검토 과정에서 창업자 폐업 경험을 반드시 묻는다. 이는 단순한 부정 평가가 아니라 실패 원인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절차다. 폐업 사유가 시장 환경 변화, 자금 부족, 마케팅 실패 등 외부 요인이나 경영 미숙에서 비롯됐다면, 이는 오히려 강점으로 전환될 수 있다. 과거에 제품 포지셔닝에 실패했던 창업자가 시장 분석 역량을 키우고 재도전하면,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제품-시장 적합성(PMF)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대표자의 부도덕함이나 신뢰 훼손 사례가 있다면, 과감하게 투자를 중단한다. 결국 폐업 경험은 위험을 걸러내는 '필터'이자 가능성을 찾아내는 '돋보기'다.

이러한 접근은 단발성 심사로 끝나지 않는다. 씨엔티테크는 창업팀이 폐업 고민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함께 회생 방안을 모색한다. 자금 조달, 매출 확대, 사업 구조 조정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며, 사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끝까지 이어간다. 부득이 폐업하게 되더라도 이 과정에서 형성된 라포(rapport)는 매우 끈끈하다. 실제로 폐업 이후에도 우리는 창업자와 정기적으로 연락하며 신규 아이템을 기획하고, 사업화 가능성을 함께 검토한다. 이런 관계 유지야말로 재창업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재창업 의지가 있는 인재는 많다. 보고서에 따르면 폐업 사유는 대부분 외부 환경, 자금 유치 실패, 경영 역량 부족에 기인한다. 기술 기반 창업자의 경우 제품과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영업·마케팅·재무 등 사업 운영 능력이 부족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컴퍼니빌딩 모델은 이러한 약점을 구조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액셀러레이터가 경영, 마케팅, 재무 등 핵심 기능을 직접 제공해 창업자는 본인의 전문 분야에 집중하게 하고, 사업 전반은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내부 팀빌딩 전략 중 하나로, 폐업 경험자끼리 역량을 결합하는 방법이 있다. 가설적으로, 가전기기 브랜딩과 마케팅에 강점이 있는 '이디연' 대표와 삼성전자 30년 경력의 기술 전문가 '칼슨' 대표가 한 팀이 된다면, 기술력과 시장 접근 역량이 결합될 수 있다. 여기에 씨엔티테크의 경영·재무 지원이 덧붙여지면 초기부터 제품 완성도와 시장 진입 속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 조합은 아직 공식 논의 전이지만, 내부적으로 충분히 검토할 만한 팀빌딩 전략의 한 예다. 앞으로 이런 시너지형 조합은 재창업 성공 확률을 높이는 핵심 레시피가 될 것이다.

재창업 인재풀을 활용한 컴퍼니빌딩은 시간과 리스크를 동시에 줄인다. 기존 창업자 경험을 활용하면 평균 창업 소요기간이 10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되고, 초기 매출 창출 속도도 빨라진다. 네트워크·제품·조직 운영 노하우가 이미 검증돼 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난다. 미국의 유명 액셀러레이터 Y Combinator는 이미 한 차례 실패한 창업자 선발 비율이 20% 이상이며, 이들이 평균적으로 후속 투자 유치 속도와 시리즈A 진입률이 더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략은 단순히 개인의 재기를 돕는 차원을 넘어 창업 생태계 전체를 건강하게 만든다. 실패를 자산으로 전환하는 구조가 자리 잡히면, 창업자는 도전에 대한 두려움 없이 혁신에 나설 수 있다. 이는 투자자에게는 성공 확률이 높은 포트폴리오를, 시장에는 검증된 창업팀을 공급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특히 국내에서는 '한 번 실패하면 끝'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재창업 인재풀의 체계적 발굴과 관리다. 씨엔티테크가 구축한 실패 경험 인재 네트워크는 이미 그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정부 재창업 지원 정책, 민간 액셀러레이터 경영 개입, 산업별 전문 네트워크 연계가 더해진다면, 더 많은 재창업자가 두 번째, 세 번째 성공 스토리를 써 내려갈 수 있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가장 값진 자산임을 증명하는 것이야말로 한국형 컴퍼니빌딩 모델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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