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말라야산맥 서쪽 끝자락엔 고원지대 카슈미르가 펼쳐져 있다. 만년설, 깨끗한 물, 계곡 사이의 초원이 어우러져 풍광이 뛰어나다. 무굴제국 황제 자항기르는 “지상에 낙원이 있다면 카슈미르가 바로 그곳”이라고 했다. 영국 식민지 시절 괜히 ‘아시아의 알프스’라고 불린 게 아니었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문명의 교차로에 위치해 문화가 꽃피었다. 카슈미르 지역 산양의 털로 짜 부드럽고 보온성이 좋은 캐시미어는 실크로드를 통해 유럽에 전해지면서 명성을 얻었다. 사람들은 인종과 종교가 달라도 평화로웠다.
지상의 낙원이 비극의 땅으로 운명이 바뀐 건 1947년 영국이 식민지 인도를 분리 독립시키면서다. 영국은 ‘종교에 의한 두 국가’에 입각해 힌두교인 인도와 이슬람인 파키스탄으로 분할했다. 카슈미르는 인구 다수는 이슬람이고 소수 지도층은 힌두교였는데, 영국은 어디로 귀속시킬지 결정하지 않고 떠났다.
영국이 물러나자마자 인도 북부와 파키스탄 북동부를 접하고 있는 카슈미르를 차지하기 위해 두 나라가 전쟁을 시작했다. 1971년 3차 전쟁 후 사실상 국경선인 실질 통제선(LoC)을 사이에 두고 인도령 잠무 카슈미르, 파키스탄령 아자드 카슈미르로 나뉘었다. 이후에도 영토 편입, 종교 문제가 겹친 ‘분쟁의 씨앗’으로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양국의 군비 경쟁은 핵 개발로 이어졌고, 두 나라 모두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다.
지난달 22일 인도령 잠무 카슈미르의 파할감 인근 유명 관광지인 바이사란 계곡에서 총기 테러가 발생해 26명이 숨졌다. 인도는 테러범 5명 중 2명이 파키스탄인이고, 그 배후에 파키스탄이 있다고 지목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즉각 부인했지만, 양측은 실질 통제선 부근에서 10여일간 국지성 교전을 벌였다. 급기야 7일에는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았다. 인도군은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내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하는 시설 등 9곳을 공격했고, 이에 파키스탄도 보복했다. 양측 충돌로 사상자가 최소 130명이 발생했다고 한다.
세계는 인도·파키스탄 간에 ‘화약고’인 이 곳에서 또다시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핵전쟁도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디 이번 갈등이 ‘4차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