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류현경이 주차시비에 휘말려 극단으로 치닫는 영화같은 인생을 산다. 영화 ‘주차금지’(감독 손현우)서 한순간에 범죄의 타겟이 된 직장인 ‘연희’를 연기한다.
“실제로 주차시비를 겪은 적은 없지만, 이 영화를 보니 일어날 법한 일일 수도 있겠다 싶어 무섭더라고요. 친한 언니도 시사회를 보고 집으로 돌아갈 때 문득 무서워졌다며 일기장에 ‘모든 이에게 친절하게 대하자’라고 썼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현실적인 이야기가 깔려 있어서 관객도 저와 같은 마음으로 영화를 보지 않을까요? 영화를 소개하는 쇼츠가 800만뷰 이상 넘었다고 하니, 그 사람들이 다 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왔으면 좋겠어요.”
류현경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나 ‘주차금’지로 김뢰하와 호흡한 소감, 액션 촬영, 내년이면 데뷔 30주년을 맞는 마음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직장 상사가 치근덕거리는 장면, 수치스러워 진짜 울었어요”
‘주차금지’서 연희에겐 스트레스 받을 일들이 연거푸 일어난다. 계약직으로서 재취업에 성공하지만 직장 상사인 해철(김장원)이 계속 들이대며 괴롭히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은 이가 하필이면 살인범인 ‘호준’(김뢰하)이었던 것.
“특히 해철이 절 괴롭힐 땐 수치스러워서 촬영 끝나고나서도 눈물이 줄줄 흘렀어요. 존경해오던 부장이 어떻게 그런 식으로 돌변할 수 있지? 이런 생각에 울어버렸죠.”

제일 고민했던 건 역시나 ‘호준’과 처음 주차시비가 붙는 상황이었다.
“스트레스가 최고로 쌓인 저와 안좋은 에너지를 내뿜는 ‘호준’이 부딪힐 때 단순히 시비가 붙는 게 아니라 감정을 잘 쌓아서 폭발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연희’가 지닌 내면의 스트레스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어떤 식으로 주고받아야 싸움에 개연성을 만들까 고민했죠.”
이후 액션신도 설득력이 필요했다.
“성인 남자와 여자가 힘으로 개싸움 벌이는 장면인데, 저나 김뢰하 선배도 처음이라 대화를 많이 했어요. 선배는 제가 여자라서 다칠까봐 걱정도 많이 했고요. 하지만 이 싸움 씬은 액션 합을 미리 맞추면 진짜 같은 느낌이 살지 않을 것 같아서, 김뢰하 선배가 현장에서 진짜 싸워보자고 제안하더라고요. 저도 그게 맞는 것 같아서 오케이 했고요. 빨리 찍어야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다행히 현장에서 마법처럼 호흡이 잘 맞아서, 멋지게 싸운 것 같아요. 하하.”

■“오래 연기하는 배우 되고파, 데뷔 30주년에도 그럴 거예요”
올해 연기 데뷔 29년째라고 스스로 고백했다.
“저는 그동안 꽤 다양한 역을 해왔던 것 같아요. 정형화되지 않은 캐릭터들도 다수 있었고요. 그래서 연기적 갈망이 있다기 보다는, 꾸준히 오랫동안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 인생의 반 이상을 연기만 하면서 지내왔기 때문에, 연기는 내 자신 그 자체인 것 같아요. 아직도 이 일이 제일 재밌고 행복하게 느껴지고요. 그래서 10년 전부터 꾸준히 해오는 생각 하나가 있어요. 나이를 먹어도 많은 작품에 잘 쓰일 수 있는 배우가 되자. 30주년인 되는 내년에도 그 꿈을 향해 다가가고 있겠죠?”
연기뿐만 아니라 연출에도 주저없이 도전해오는 그다. 최근엔 가수 정인과 라디가 부른 ‘라이크 올드 데이즈(Like Old Days)’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며 또 하나의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제가 대학에서 연출을 전공해서 자연스럽게 단편 영화 몇 편을 찍었어요. 그러다 절친한 사이인 정인의 제안으로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게 됐는데요. 워낙 친한 사이라 서로 취향을 잘 알고 의견 공유가 잘 되어서 수락한 거죠. 팬으로서 헌사하는 느낌으로요. 하하. 이후에 다른 뮤직비디오 연출 제안도 많이 들어왔는데 겁나서 못하겠던데요. 내실을 더 쌓아서 해야하지 않을까. 연출을 하는 목적은 제가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를 직접 만들고 싶어서라, 더 많이 공부하고 연습한 뒤에 내공이 쌓이면 그때 상업영화 연출도 도전해보려고요.”
‘주차금지’는 오는 21일 전국 극장가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