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 대신 온플법 채택
구글·카카오, 쿠팡·배달의민족도 규제 대상
美 무역장벽보고서에 '플랫폼 규제 법안' 포함
법무법인 율촌 "플랫폼 사전규제, 보류 가능성"
[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이재명 정부는 주요 공약 중 하나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온라인플랫폼 거래공정화법(온플법)을 내놨다.
온플법은 이전 여당이던 국민의힘과 정부가 기존 발의했던 '사후 추정제'를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보다 한층 강경한 규제책을 담고 있다. 다만 법 시행까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비관세 장벽'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 구글·카카오·쿠팡 모두 규제하는 온플법…공정거래법 개정안보다 범위 넓어
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온플법은 카카오·쿠팡·네이버·구글·애플·아마존 등 국내외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 플랫폼 시장 규율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주요 내용은 ▲플랫폼 입점업체 보호 및 상생협력 강화를 위한 시장 공정화법 도입 ▲국내외 거대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 남용 및 독과점에 따른 폐해 방지법 도입 ▲플랫폼 소비자 피해 방지 및 소비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제도 정비 등이다.
배달 시장의 공정질서 확립에도 나선다.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통해 ▲플랫폼 중개수수료율 차별 금지 ▲수수료 상한제 도입 ▲부처별 산재된 플랫폼 자율규제 체계 정비 등을 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 눈속임 상술(다크패턴)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방지 강화도 공약 중 하나다.
온플법은 작년 발의돼 7개월째 계류 중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공정거래법 개정안)보다 압박 수위가 세고 범위도 넓다.
온플법에 따르면 쿠팡과 배달의민족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또 시장 영향력이 큰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해 법 위반 사항이 발생하면 빠르게 제재하는 '사전 지정제'를 채택한다.
◆ 비관세 장벽 앞세운 美…"우선 보류" vs "예정대로 추진"
올해 1월 반규제 성향이 강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온플법은 좌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쟁 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규제 완화론자인 앤드류 퍼거슨이 발탁되고,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자리에는 플랫폼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제이미슨 그리어가 임명됐다.

지난달에는 한국이 미국 플랫폼 기업을 부당 규제할 경우 미국 정부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공공연하게 발의되기도 했다. 캐롤 밀러 하원의원(공화·버지니아)은 지난 5월 6일(현지시간) 이같은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올해 미국 USTR이 발간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 '플랫폼 규제 법안'이 포함되기도 했다. 보고서에서 "한국의 플랫폼 법안은 한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미국 대기업에 적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주요 한국기업과 다른 국가의 기업은 제외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 때문에 법무법인 율촌은 온플법이 한미 통상 갈등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부딪혀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 사전 규제는 보류하고, 플랫폼 사업자-입점업체 간 갑을관계 해소를 우선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반면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당의 일관된 정책이었던 만큼 사전 지정제까지 포함한 온플법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황 교수는 "민주당이 꾸준히 추진한 공약이었고, 대선 공약집에도 포함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대내·대외 요인을 모두 살펴봐야 하는데, 대내적인 요인은 잘 절충할 수 있지만 대외적인 요인은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미국 정부가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선 기존대로 온플법을 추진하고 반응을 본 뒤 수정하거나, 처음부터 수위조절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00wi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