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가 수천개의 장소 리뷰를 인공지능(AI)으로 요약·제공하는 기능을 자사 로컬 서비스에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글이 국내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로컬 서비스 우위를 뺏기지 않기 위해 AI 등 차별화된 기능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자사 로컬 서비스인 마이 플레이스에서 ‘AI 리뷰요약’ 서비스의 비공개 베타테스트(CBT)를 진행했다. AI 리뷰요약은 AI가 수천개의 리뷰를 분석해 해당 장소의 특장점을 몇 줄 이내로 요약해주는 서비스다. 네이버는 CBT를 통해 취합한 실제 피드백을 바탕으로 AI 리뷰요약 서비스의 정식 론칭 여부와 시점을 결정할 계획이다. 올해 전 사업 영역에 AI를 접목하는, 이른바 ‘온 서비스 AI’ 전략 상용화에 나선 네이버가 로컬 서비스에도 AI를 도입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리뷰요약이 도입되면 이용자의 탐색 편의성이 높아져 최종적으로는 더 많은 방문과 예약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재로서는 CBT를 마치고 정식으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지 파악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 지도에 AI가 이용자의 운전 습관을 분석해 도착 예상 시간을 제공하는 서비스와 주요 지역에서의 실시간 지하철 정보 기능도 업데이트했다.

최근 정부가 구글의 국내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 요청에 대한 통보 기한을 8월로 미룬 것도 네이버가 다양한 AI 기능을 로컬 서비스에 시도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 2월 구글이 1대 5000 축적의 국내 고정밀 지도를 해외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정부는 이달 중 허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국가 안보·데이터 주권 등 중요한 사안들이 얽혀 있어 통보 시점을 새 정부 출범 후인 8월로 연기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지도 반출 제한을 ‘비관세 장벽’으로 지적하면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 역시 정부가 손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배경으로 작용했다.
8월까지 시간을 번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구글이 넘보기 어려운 수준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달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준 국내 지도 애플리케이션(앱) 1위는 네이버 지도로, 총 2689만 명이 이용 중이다. 이어 티맵(1461만 명), 카카오(035720)맵(1166만 명)이 뒤를 이었다. 구글 지도는 859만 명으로 4위를 기록했다. 구글에 바짝 추격당하고 있는 카카오 역시 연내 장소 추천 서비스인 ‘AI 메이트 로컬’을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구글의 요구를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생과 사가 흔들릴 수 있는 위기로까지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음원 플랫폼·앱 마켓은 자본력을 앞세운 구글이 독점 중”이라며 “(구글의 국내 고정밀 지도 반출 요구가 수용되면) 식당 예약, 결제 뿐만 아니라 추후에는 상권 분석을 통한 커머스 사업 확대 등 전방위적으로 구글의 시장 침투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데이터 기반 생활·자율주행·디지털트윈 등 미래 사업이 흔들릴 것을 염려하고 있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이달 12일 열린 ‘국내 지도 데이터의 반출이 국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 토론회에서 “자율주행·스마트시티 등은 고정밀 지도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산업으로, 2030년까지 약 796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구글 같은 글로벌 빅테크에 지도 데이터가 반출되면 국내 산업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