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뭄바이시 당국이 공중 보건을 이유로 오랜 종교적 관습으로 자리 잡은 비둘기 먹이 주기 행위를 금지하자 사회적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BBC 등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브리한뭄바이시 당국은 비둘기 배설물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며 시내 51개 ‘카부타르카나’를 폐쇄하는 조처를 시행했다. 카부타르카나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장소를 뜻한다.
종교·문화적 전통의 일환으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인도 시민들은 당국의 조처에 반발했다. 지난 6일 경찰이 1993년부터 운영된 상징적 장소인 다다르 카부타르카나를 폐쇄하려 하자 시위대는 경찰이 설치한 방수포를 뜯어내며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벌였다. 일부 시민은 단식 투쟁을 예고했고 또 다른 시위에서는 약 15명이 현장에서 체포돼 구금되기도 했다.
인도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는 종교적 의례에 가깝다. 자비와 비폭력을 중시하는 자이나교도들은 길 잃은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종교적 의무로 여긴다. 한 자이나교도는 스트레이츠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른 생명체에게 먹이를 주지 않고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행위는 자이나교도뿐 아니라 힌두교·이슬람교도에게도 자비로운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종교와 별개로 보건 전문가들은 비둘기 개체의 급증이 인간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뭄바이에 있는 PD 힌두자 병원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인도에서 가장 흔한 간질성 폐 질환인 과민성 폐렴 환자의 77%가 비둘기에 밀접하게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뉴델리에서는 11세 소년이 비둘기 배설물과 깃털에 장기간 노출돼 폐 손상과 과민성 폐렴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2023년 발간된 인도 조류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비둘기 개체 수는 150% 이상 증가했는데, 이는 모든 조류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동물단체는 문화·종교적 의미가 있는 비둘기와 조화로운 공생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 동물보호단체인 PETA 인도 지부의 우즈왈 아그레인 수석 정책 고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비둘기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와 도시를 어떻게 공유할지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아침과 저녁 등 특정 시간에만 비둘기에게 먹이 주기를 허용하는 절충안을 제시하며 “공중보건과 시민들의 정서적 유대 모두를 존중할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뭄바이시 당국은 법원의 명령으로 오는 29일까지 비둘기 먹이 주기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할 방안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