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좋다는 ‘향수 냄새’…나는 왜 두통이 올까?

2025-11-21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에서 강한 향수를 맡자마자 머리가 띵해지거나 속이 메스껍게 느껴진 적이 있는가. 옆 사람은 “좋은 냄새”라며 감탄하는데 나만 혼자 고통스럽다면, 괜히 예민한 척하는 것 같아 난감해지기 쉽다.

하지만 후각·신경과·향료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유난이 아니라, 그 사람의 몸과 뇌가 실제로 다르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같은 향수, 전혀 다른 경험…

우리가 냄새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코 안쪽의 후각세포, 후각신경, 그리고 뇌 속 ‘냄새를 해석하는 영역’이 함께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후각 시스템은 인간에게 공통된 구조를 갖고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어떤 후각 수용체가 많이 표현되느냐에 따라 개인차가 생긴다.

실제로 일부 사람들은 머스크(musk) 계열 향을 아예 느끼지 못하는 ‘선천적 무후각(특정 향에 대한 부분 무후각)’을 보이기도 한다. 반대로 어떤 사람에게는 머스크가 지나치게 무겁고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같은 향수 한 병을 두고 “우아하다”와 “숨 막힌다”는 평가가 갈리는 이유다.

향수 맡자마자 두통·따가움…범인은 ‘후각’이 아니라 삼차신경?

단순히 “싫다”를 넘어, 향을 맡자마자 콧속이 따갑고 눈이 시리거나, 편두통이 유발되는 사람도 있다. 이때는 후각이 아니라 삼차신경(Trigerminal nerve)이 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

삼차신경은 코 안과 얼굴에서 압력·온도·통증을 감지하는 신경이다. 강한 화학물질, 자극적인 합성 향료, 락스 냄새, 멘톨처럼 자극적인 성분이 코 안에 닿으면 이 신경이 반응해 찌릿한 따가움, 얼얼함, 두통을 불러올 수 있다.

코 질환을 진료하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은 알레르기 비염, 만성적인 건조증, 코 안 점막의 염증 같은 상태가 있을 경우, 삼차신경이 더 민감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코 안 구조(공기 흐름이 닿는 방향)에 따라 향이 삼차신경을 더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에 향수 농도와 양도 영향을 미친다. 돌턴 박사는 “코에서 감지 가능한 대부분의 휘발성 화학물질은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삼차신경 자극 물질로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즉, 같은 성분이라도 희석된 향은 은은하게 느껴지지만, 과하게 뿌리면 누구에게나 자극적인 ‘공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향만 맡으면 기분이 나빠진다”…냄새와 감정·기억이 엮이는 방식

몸이 이렇게 즉각 반응하는 것과 별개로, 향에 대한 ‘좋고 싫음’을 결정하는 건 결국 뇌다. 후각 정보는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와 아주 가깝게 연결돼 있어, 특정 향이 과거의 경험을 바로 끌어올린다.

예를 들어, 어떤 향수 속 유향·몰약(프랭킨센스 & 머르) 계열 향을 맡으면 어떤 사람은 성당·사찰·제사 등 종교 의식 속 차분한 기억이 떠올라 안정감을 느낀다. 반면 다른 사람에게는 긴장됐던 의식, 억눌린 공기와 연결돼 불편함과 답답함을 불러올 수 있다.

파촐리(patchouli) 향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 히피 문화와 함께 번졌던 대표적인 향으로, 그 시대를 실제로 겪은 세대에게는 자유로운 청춘의 상징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답답하고 지독했던 냄새로 극단적으로 갈린 반응을 이끌어낸다. 향 자체의 ‘좋고 나쁨’보다, 그 향이 상기시키는 장면과 감정이 호불호의 핵심이 되는 셈이다.

베이비붐·X세대 여성들은 1950~60년대에 유행했던 은방울꽃, 장미 같은 부드러운 플로럴 향에 익숙해 이를 ‘정석적인 향수’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밀레니얼 세대는 10대 시절 즐겨 썼던 바디미스트, 달달한 바디 스프레이 영향으로 바닐라, 통카빈 같은 달콤한 ‘구르망 노트’에 친숙하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뚜렷하다. 중동·남아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우드, 샌들우드, 장미 같은 짙고 수지성(resinous) 향이 문화·의례와 연결돼 선호도가 높다.

남미 일부 지역에서는 망고, 패션프루트 등 과일 향이 ‘집과 가족의 냄새’로 각인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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