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K뷰티 열풍이 부는 가운데 바르는 화장품 외에 ‘입는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향수의 경우 스킨케어 제품에 비해 해외 브랜드 비중이 높지만, 최근 들어 한국의 향수 브랜드들이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6일 신세계면세점은 글로벌 니치향수 브랜드 ‘본투스탠드아웃’(BORNTOSTANDOUT)을 서울 명동점에 새롭게 선보인다고 밝혔다. 본투스탠드아웃은 2022년 서울에서 설립된 브랜드로, 대담한 콘셉트의 향을 조선 백자 디자인의 병에 선보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론칭 2년 만에 전 세계 60여 개 국가의 럭셔리 유통망에 입점했다. 매출액도 2022년 3억 원에서 2024년 310억 원을 기록하며 무려 100배 성장을 달성했다. 올해 2월에는 미국 벤처캐피털 터치 캐피털과 로레알그룹 산하 벤처펀드 ‘볼드(BOLD)’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다른 K향수 브랜드들도 MZ세대들이 자주 찾는 국내외 핫플레이스에 매장을 오픈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세인트모리츠향으로 유명한 ‘유쏘풀’(YOUSSOFUL)은 서울 삼청점, 연남점 등 전국 10여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 설립된 향수 브랜드 ‘그랑핸드(GRANGHAND)’ 역시 서촌, 북촌, 소격 등 서울에만 8곳의 매장을 운영하며 빠르게 확장하는 중이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급부상하고 있는 ‘메튜장(matthew chang)’은 연초 일본 오사카에 팝업스토어를 개최한 데 이어 지난달 서울 안국동에 첫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일본에서도 K향수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글로벌 e커머스 이베이재팬의 오픈마켓 큐텐재팬에서 올 1~3월 기준 K향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250%) 증가했을 만큼 K향수에 대한 성장세는 뚜렷하다. ‘논픽션’은 지난달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에 매장을 열었고 ‘템버린즈’는 지난해 3월 도쿄 아오야마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데 이어 4월 오사카 한큐 우메다 본점에 입점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향수 시장은 2019년 5317억 원 규모였으나, 올해는 약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불황으로 백화점 매출이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대표적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로 꼽히는 향수는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백화점에서는 글로벌 니치 향수(고급 수제 향수) 판매가 급증하는 추세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연간 향수 매출 신장률은 2023년 19.1%에서 지난해 20.0%, 올해 1~3월 18.5%로 매년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더현대 서울’은 올해 1분기 향수 매출이 전년 대비 26.1% 증가해 전체 뷰티 카테고리 중 매출 신장률 1위를 차지했다. 블랙핑크의 제니가 광고 모델인 ‘템버린즈’나 프랑스 브랜드 ‘르 라보’의 서울 에디션 등의 판매가 향수 매출을 견인했다. 신세계백화점의 1분기 향수 매출 역시 전년 대비 18.2% 증가하며 같은 기간 화장품 전체 매출신장률(4.7%)을 4배 가량 앞섰다. 롯데백화점도 1분기 10%의 향수 매출신장률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글로벌 니치 향수 판권을 보유 중인 신세계인터내셔날(SI)의 올들어 3월까지 평균 향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다. SI는 딥디크, 산타마리아노벨라, 로에베퍼퓸 등 MZ세대가 선호하는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특히 지난 2년간 총 6개 향수 브랜드를 해외에서 들여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외출할 때 화장은 안 해도 향수는 꼭 뿌릴 정도로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향수를 사용하고 있다”며 “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교적 고가인 프리미엄 니치 향수 뿐 아니라 품질 좋은 합리적 가격대의 국내 브랜드들도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