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2년차 이동은(21·SBI저축은행)의 주 무기는 장타력이다. 지난해 장타 3위에 올랐고 올해는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260.12야드로 장타 1위를 달린다. 하지만 최대 약점은 정교하지 못한 퍼트. 지난해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 30.81개(94위)를 기록할 정도로 퍼트감이 떨어져 톱10에 8차례 진입하고도 준우승을 두 차례 기록할 정도로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주저 앉았다.
퍼트에 울던 이동은이 정교한 퍼트를 앞세워 데뷔 첫 승을 최고 권위 메이저 대회서 일궜다. 이동은은 15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제39회 DB그룹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2억원)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어 세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적어낸 이동은은 새내기 김시현(19·NH투자증권)의 끈질긴 추격을 한 타차로 따돌리고 42번째 출전 대회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우승 상금 3억원을 받은 이동은은 상금랭킹 3위(4억9954만원)로 올라섰고 대상 포인트 순위도 9위로 상승했다. 이동은의 부친 이건희 씨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프로 출신이고 어머니 이선수씨도 KLPGA 투어 프로 경력을 지녔다. 하지만 부모 모두 우승하지 못했는데 이동은이 데뷔 첫승으로 부모의 꿈을 대신 이뤘다.
이동은은 이번 시즌에도 톱10에 4차례 진입했지만 퍼트 능력이 계속 발목을 잡으면서 3, 4, 5, 8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달랐다. 퍼터 그립을 바꿨는데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 이동은은 “장타보다는 정확도에 초점을 뒀고 퍼터 그립도 좀 견고하게 잡고 거리를 맞추는데 집중했다”며 “작년에는 우승을 많이 놓쳐 아쉬웠는데 첫 승을 달성한 만큼 이번 시즌 다승을 목표로 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동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은 이동은은 김시현, 지난해 챔피언 노승희(21·요진건설)와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전반홀에 두타를 줄인 이동은은 13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해 선두에서 밀려났지만 14번 홀(파4)에서 결정적인 13m 거리 버디 퍼트를 떨구며 단독 선두로 나서 승기를 잡았다. 승부는 마지막 18번 홀(파4)에 갈렸다. 두 타차 선두로 앞서던 이동은의 티샷이 오른쪽 러프로 들어갔고 두 번째 샷도 홀에서 약 26m 떨어진 그린 주변에 떨어졌다. 반면 김시현은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 이동은을 한 타차로 압박했다. 보기를 범하면 연장전으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이동은은 과감한 칩샷으로 세 번째 샷을 홀 옆 60㎝ 거리에 떨구며 파를 지켜 한타 차 우승을 확정했다.
김시현은 지난주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연장전 끝에 준우승한 데 이어 2주 연속 2위를 차지하며 신인왕 레이스 1위를 굳게 지켰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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