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지만 20대 같은” “내 나이 맞춘 사람 아무도 없음”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의 트렌드 중 한 갈래는 ‘20대 같은 40대’다. 자신을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고 소개하면서, 그럼에도 20대와 같은 동안 외모와 20대 코디가 잘 어울린다는 점을 어필하는 식인데 게시물엔 “그냥 제 나이로 보인다” “어색하단 걸 본인만 모른다”는 등 댓글이 주렁주렁이다. 외모와 코디 자랑이 셀프 어필의 영역이라면 ‘길에서 20대가 핸드폰 번호를 물어봤다’거나 ‘요즘은 40대가 20대에게 인기가 많다’는 등 20대와 접점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젊음을 강조하기도 한다.

사실 나이와 관계없이 무엇을 추구하든 개인의 자유고 취향이기에 이런 트렌드를 굳이 판단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건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20대 같음’이 꼭 20대만의 전유물이라고도 할 수 없고, 20대 같지 않은 20대도 많으며, 애초 20대 같음도 하나의 코르셋(고정관념)이다. 건강한 체형을 유지하려는 40대 ‘유지어터’의 자기관리도 존중할만한 영역이다.
문제는 20대 과몰입이다. 왜 40대의 추구미(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이미지)가 다름 아닌 20대가 됐을까. 여기엔 20대 과몰입을 유발하는 ‘나이 듦 소외’도 한몫했을 것 같다. ‘틀딱’ ‘연금충’ ‘꼰대’처럼 젊은 세대가 만든 혐오도 문제지만, 중장년 세대 스스로 나이 듦의 이미지를 훼손하기도 했다. 2년 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A씨가 “남은 기대수명에 비례해 투표권을 부여하면 합리적일 것”이라며 ‘노인 0.5표, 청년 2표’를 언급한 건 유명한 일화다. 자신의 정치지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2030 남성들을 “쓰레기”라고 지적했던 관용 없는 중장년 지식인 B씨도 “60대가 되면 뇌가 썩는다”고 했다. 82억 인류 누구나 필연적으로 겪는 나이 듦이 혐오의 영역이 되면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회귀하고 싶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적 영역에서 부각된 이미지와 다르게 나이와 함께 생기는 멋은 엄연히 있고, 주변에서도 꽤 체감하는 중이다. 10대 때 20대 대학생을, 20대 때 30대 직장인을 동경했던 내가 30대에 동경하는 ‘선배미’는 오히려 ‘20대와 다름’에서 오는 듯싶다. 세대가 달라서 어쩔 수 없이 생각이 갈리는 지점들은 나타나지만 사석에서 선배들에게 듣는 조언이 사회생활이나 삶의 기준을 잡아주기도 하고, 생각의 균형감이나 말의 무게감, 전문성 등을 자연스레 올려다보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 내 미래에 대해 안도하게 된다.
나이 듦에도 저마다의 아름다움은 있을 것 같다. 꼭 20대 같지 않더라도 말이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그 과정에서 ‘이제 너무 늙어 보이지 않을까’보단 ‘나는 나이에 맞는 어른으로 성장했을까’라고 자문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