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사회적 교류, 뇌 발달 이끌어...고립 겪으면 뇌 기능 저하”

2025-08-11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어떤 환경에서 지내느냐가 뇌 발달에 큰 차이를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외부와 단절된 ‘사회적 고립’은 뇌의 감각처리 네트워크를 무너뜨리고, 반대로 다양한 감각 자극과 활발한 교류는 뇌 기능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영상의학과 이정희 교수, 생리의학교실 정성권 교수, 유태이 연구원)과 한국뇌연구원 및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이태관 책임연구원, 김길수 교수) 연구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근호에 이 같은 연구를 발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생후 4주 된 수컷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터널, 회전바퀴, 둥지 같은 장치와 다른 쥐들이 있는 ‘풍부한 환경’에서 자라게 했다. 또 다른 그룹은 아무런 장치 없이 혼자만 지내는 고립 환경에서 키웠다.

이후 연구팀은 시각ㆍ촉각ㆍ후각 등 다양한 감각 자극을 주며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 반응을 관찰했다. 이 장치는 뇌의 활성화 부위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첨단 영상기법이다.

풍부한 환경에서 자란 쥐는 시각과 촉각 처리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감각과 운동 기능을 연결하는 ‘감각-운동 통합’ 기능도 강화됐다. 뇌 네트워크의 영역 구분이 또렷하게 유지되면서, 각 영역이 맡은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했다.

반대로 고립 환경에서 자란 쥐는 뇌 전체의 연결성이 떨어졌고, 영역 경계가 희미해졌다. 특히 후각 영역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도 냄새를 구분하는 능력은 오히려 저하됐다. 이는 기능이 왜곡된 신호처리의 한 예로, 장기간 지속되면 뇌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를 이끈 이정희 교수는 “환경이 뇌의 감각통합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fMRI로 실증한 세계 최초의 사례”라며 “이번 결과는 우울증, 불안, 자폐 스펙트럼 장애 같은 정신질환의 예방과 치료 전략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관 한국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감각 자극과 사회적 상호작용은 뇌 발달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라며 “결정적 시기에 어떤 환경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뇌 네트워크가 건강하게 발달할 수도, 손상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성권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환경은 단순히 물리적 자극이 아니라, 다양한 감각과 사회적 교류가 뒤섞인 복합체”라며 “이번 연구는 이런 환경이 뇌 발달을 결정짓는 핵심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청소년기 사회적 고립이 뇌 발달에 미치는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후각 시스템을 이용한 새로운 바이오마커(질병 진단 지표) 가능성도 제시했다. 향후 감각 기반 중재법 개발과 정신건강 치료법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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