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패권 경쟁 양상을 살펴보면 기술 패권 경쟁이 핵심이다. 기술 패권과 관련된 공급망 확보 경쟁은 이제 자원 무기화에 따른 자원개발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첨단 산업의 주요 품목에 사용되는 원자재 확보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구리를 포함 인듐·갈륨·리튬·니켈·코발트·망간·희토류 등 반도체·이차전지·방위산업 등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반면, 이들 광물의 공급은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다.
지금 국제사회는 과거 냉전 시대보다 더 심각한 자원 민족주의가 만연해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자동차와 가전 및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생산 중단 위기를 겪을 정도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중국이 미국·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효과적 수단이다.
냉전보다 심각해진 자원민족주의
중국 등 전략광물 수출통제 강화
핵심광물 확보전략 연속성 중요

희토류에서 만들어지는 영구자석의 경우 전기차 구동 모터 등 다양한 전장 부품에 활용된다. 신재생에너지에는 풍력터빈 발전기에 대형 영구자석이 사용된다. 가전과 IT 제품에는 에어컨·냉장고·세탁기·스마트폰 등에 부품으로 사용되고, 산업 자동화 설비인 로봇과 전동공구에도 활용된다.
중국은 수출 통제법 및 희토류 관리 조례 등을 통해 희토류의 채굴·제련·가공·유통 등 공급망의 모든 과정을 내재화했다.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기반도 마련했다. 이는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 법률 기반의 구조적 정책이기 때문에 향후에도 유지될 전망이다.
한국은 첨단산업에 사용되는 원료 광물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핵심광물의 공급망 안정화가 절실하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24년 6월 기준 한국의 수입의존도 70% 이상 핵심광물은 희토류를 포함해 6개나 됐다. 특히 중국에서 천연흑연 98.7%, 황산망간 97.7%, 금속리튬 95.2%, 희토류 금속 산화물 95.1%, 산화코발트 70.7%, 수산화니켈 72.1%를 수입했다. 주로 전기차·이차전지 등에 사용되는 소재에서 특정국 의존도가 높다. 코발트 스크랩의 경우 98.8%가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금속광물 수입액은 약 33조원으로 광물 수입 세계 10위권이다.
안정적 공급망은 자원개발을 통해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은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자원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07년 유연탄·우라늄·철·구리·아연·니켈 등 6개 전략 광물의 자주 개발률이 18.5%에서 2010년에는 27%로 급상승했다.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리튬·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자급률도 8.5%를 기록했다.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2009년 10월 ‘희소금속 산업 종합 대책’을, 2010년 10월에는 ‘희소금속 안정적 확보 방안’을 통해 체계적으로 희소금속 확보에 나섰다.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와 민간기업이 협력해 이차전지의 핵심 원료인 리튬 확보를 위해 ‘리튬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 등 남미 3개국에서 한국 국내 수요의 약 6배 규모에 해당하는 물량을 확보했다. 희토류는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남아공 탐사사업에 진출해 개발 지역을 다변화했고, 중국에서 영구자석 1500t도 확보했다.
산업부는 2023년 2월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수립했다. 핵심광물 공급 리스크 및 국내 경제적 영향에 대한 분석을 통해 경제안보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한 33종의 핵심광물을 선정했다. 이 중에서도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리튬·니켈·코발트 등 10가지 핵심광물을 우선 관리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2030년까지 10개 핵심광물에 대한 특정국 의존도를 50%대로 낮추고, 재자원화를 20%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산업부가 추진하기로 한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이재명 정부에서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의 해외 자원개발 성장 속도와 성과는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았다. 치밀한 전략, 과감한 투자, 폭넓은 외교 등이 자원 빈국에서 자원 자립국으로 한국이 거듭나기 위한 튼튼한 초석이었다. 결국 자원 안보 경쟁에서 이기는 길은 자원 영토를 넓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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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