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사기 임대인 ‘기획파산’ 막을 대책 시급

2025-07-07

전세사기를 일으킨 임대인들이 ‘기획파산’으로 막다른 골목의 임차인들을 거듭 울리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 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면책이 된 사기꾼들이 멀쩡하게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경우조차 있어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피해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실정이다. ‘기획파산’으로 전세보증금 반환의 길을 아주 막아버리는 악성 임대인의 변칙을 막기 위한 정밀한 대책이 요구된다. 가해자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사회는 온전한 공동체가 아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개인파산은 ‘개인사업 또는 소비활동 결과 본인의 재산으로 모든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개인채무자를 대상으로 법원이 모든 채권자가 평등하게 채권을 변제받도록 하고 채무자에게는 면책 절차를 통하여 남아있는 채무에 대한 변제 책임을 면제하는 절차’다. 파산 제도는 과도한 빚을 지고 살길이 막힌 서민을 위한 마지막 생명줄 장치다.

문제는 전세사기를 일으킨 일부 임대인들이 이 파산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임차인들이 전세보증금을 편취해 다른 사업에 투자한 후 탕진해 갚지 못하게 되면 파산을 신청해 책임을 회피하는 수법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기획파산’을 도모해 피해 임차인들의 고통이 수년 후에도 끝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기신문 취재 결과 화성시 향납읍 30대 초반의 한 다세대주택 임대인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이 소송을 걸자 즉시 파산을 신청했다. 이후 단 한 달 만에 파산이 결정된 후 모든 재판 일정이 중단되면서, 이 임대인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게 됐다. 임차인들은 1억 원에 달하는 재산을 잃었지만, 임대인은 부모의 재산으로 해외여행을 다니는 등 풍족한 삶을 살고 있다.

또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에서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다세대주택을 건설하던 건설업자인 또 다른 임대인도 50~100억 원에 달하는 전세사기를 일으킨 후 파산 신청했다. 그는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지만 정작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녀, 임차인들을 농락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임대인이 파산하게 되면 전세보증금을 직접 갚지 않아도 돼 직접적인 책임을 피할 수 있으며 환급되지 못한 전세보증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떠안게 된다. 실제 지난해 11월 부천에서 ‘바지사장’을 내세워 393억 원 상당의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은 바지사장 명의로 임대 계약을 한 후 이들을 파산시키고 전세보증금 반환 의무를 공사에 떠넘기려고 계획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담당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재정이 일부 ‘악성 임대인’에게 악용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HUG가 악성 임대인에 혈세를 털어 넣는다’라거나 ‘깡통전세 대신 갚느라 깡통 공기업이 된 HUG’라는 비아냥마저 등장하는 판이다.

전세보증 사고의 리스크를 집주인 대신 HUG가 모두 떠안는 보증 체계를 손질하는 한편 악성 임대인에 대한 제재 수위를 대폭 높여야 한다. 악성 임대인의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다시는 전세시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전세사기를 일으킨 임대인이 파산을 신청할 경우 법원은 이러한 정황을 반영해 파산을 기각해야 임차인들의 피해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호소한다. 파산이 악성 임대인들의 ‘면피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전세 사기꾼들이 처음부터 이 ‘기획파산’을 포함하여 못된 짓을 꾸밀 개연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는 악성 임대인의 ‘기획파산’은 근절돼야 한다. 전세사기로 인한 막대한 피해 규모를 생각한다면 더 이상 머뭇거릴 일이 아니다. 보다 정밀한 근절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편법·불법으로 점철된 전세사기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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