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43일 셧다운 끝난 날, 트럼프 엮인 엡스타인 e메일 나왔다

2025-11-13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사상 최장인 43일 만에 종료됐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루된 아동 성착취 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e메일을 공개해 미국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미 하원은 상원의 단기지출법안(임시예산안) 수정안을 찬성 222표, 반대 209표로 가결했다. 민주당 의원 6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에서는 2명이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가진 서명식에서 “민주당이 우리를 끌고 간 이 작은 모험(셧다운)으로 미국에 1조 5000억 달러(약 2200조 원)의 비용을 초래했다”며 “미국 국민들은 중간선거 등 중요한 시기가 다가올 때 이 사실을 잊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안은 내년 1월 30일까지 연방정부·기관 등의 예산을 현 수준으로 편성하는 것이다. 또 농무부·식품의약국·재향군인부의 예산과 군용 건설 프로젝트, 의회 자체 예산은 내년 9월 30일까지 확보했다. 셧다운 등을 이유로 추진한 공무원 대량 해고를 중단하고 민주당이 요구해온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연장안은 다음 달 중순까지 표결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 없이 셧다운이 해결됐다고 주장했지만 셈법은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오바마케어 보조금을 받는 미국민은 2000만 명을 넘는데 보조금이 폐지될 경우 본인 부담 건강보험료는 현재의 연평균 888달러(약 130만 원)에서 1904달러(약 279만 원)로 두 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보조금을 받는 사람들이 공화당 성향 주(州)에 더 많이 분포하고 있어 건보료 폭탄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과 의료 정책과 관련한 대화를 하는 것에 열려 있다”며 “대통령은 민주당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매우 좋은 정책 제안들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임시예산안 표결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범행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더 나아가 가담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e메일 세 통을 전격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2011년 4월 여자친구이자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에게 보낸 e메일에서 “아직 짖지 않은 그 개가 트럼프라는 것을 알아두기를 바란다”며 “피해자가 내 집에서 그와 함께 몇 시간을 보냈다”고 적었다. 민주당은 피해자 이름을 가린 채 e메일을 공개했는데 레빗 대변인은 “피해자가 버지니아 주프리며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불법행위에도 연루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고 반박했다. 엡스타인은 2019년 1월 언론인 겸 작가 마이클 울프에 보낸 e메일에서도 당시 현직이던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그 소녀들에 대해 알았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민주당은 셧다운 등에 얼마나 형편없이 대처했는지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려 하기 때문에 엡스타인 사기극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엡스타인 관련 자료의 추가 공개를 입법화하기 위한 ‘강제 부의안’이 이날 하원에서 과반을 확보해 본회의 표결에 부쳐지게 됐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다음 주 본회의에서 표결할 것이라고 예고한 만큼 당분간 엡스타인 스캔들이 워싱턴 정가를 흔들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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