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축구 이적시장에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 캐나다 여자 축구대표팀 공격수 올리비아 스미스(20)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WSL) 아스널에 입단하며, 역대 여자 선수 최고 이적료인 100만 파운드(약 18억6000만원)를 기록했다.
아스널은 17일(현지시간) “리버풀에서 공격수 올리비아 스미스를 영입했다”며 “계약 기간은 4년이며, 이적료는 분할 지급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스미스는 지난 1월 첼시가 미국 수비수 나오미 기르마를 영입하며 세운 기존 최고액(90만 파운드)을 넘어섰다.
올리비아 스미스는 “아스널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은 큰 영광”이라며 “잉글랜드와 유럽 무대에서 가장 큰 타이틀에 도전하는 것이 어릴 적부터의 꿈이었다. 그 여정을 아스널과 함께하게 돼 무척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미스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출신으로, 12세에 유소년 국가대표에 발탁된 데 이어 15세에 성인 대표팀에 데뷔한 조기 성장형 선수다. 2019년 브라질,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국제무대 신고식을 치렀고, 2023년 여자 월드컵 본선에도 참가했다. 2024년 골드컵에서는 엘살바도르전에서 국가대표 첫 골을 기록했고, 해당 대회 최우수 영플레이어로 선정됐다.
클럽 커리어도 빠르게 성장했다. 스미스는 2022년 캐나다 리그1 온타리오의 노스 토론토 니트로스에서 데뷔해 11경기 18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올랐다. 이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NCAA)에서 대학 축구를 한 시즌 소화한 뒤, 2023년 여름 포르투갈 명문 스포르팅 CP와 3년 계약을 체결하며 유럽 무대에 입성했다. 스포르팅에서 첫 시즌 동안 그는 리그에서 13골 9도움(총 22개 공격 포인트)을 기록했고, 팀의 리그 준우승을 견인했다. 당시 스포르팅의 감독 마리아나 카브랄은 “처음 하이라이트 영상을 30초만 보고도 ‘당장 계약하자’고 결정했다”며 “기술, 체력, 정신력을 모두 갖춘 드문 유형의 선수였다”고 평가했다.
2024년 여름 리버풀로 이적한 스미스는 잉글랜드 무대에서도 빠르게 적응했다. WSL 데뷔전에서는 교체 투입 76분 만에 첫 골을 터뜨렸고, 이후 리그 20경기 7골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총 25경기에서 9골 1도움을 기록한 그는 리버풀 선수단 동료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와 ‘영플레이어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또한 첼시와의 FA컵 준결승전에서도 선제골을 기록하는 등 큰 경기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였다. 특히 그는 리버풀 소속으로 안필드에서 기록된 WSL 첫 골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아스널 르네 슬레게르 감독은 “스미스는 젊고 다재다능하며, 우리 팀 공격에 깊이를 더해줄 수 있는 선수”라고 밝혔다. 실제로 스미스는 주 포지션인 스트라이커 외에도 우측 윙어로도 활용도가 높다. WSL 통계에 따르면 스미스는 2024-25시즌 동안 상대 박스 내 터치(92회), 슈팅(50회) 모두 팀 내 1위였으며, 파울 유도 46회 중 14회는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얻어낸 것이었다. 스포르팅 시절 그녀를 지도했던 카브랄 감독은 “기술적, 신체적, 전술적 역량뿐 아니라 집중력, 야망, 회복탄력성을 모두 갖춘 선수”라며 “공 하나만 주면 경기를 바꿔놓을 수 있는 재능”이라고 극찬했다.
이번 이적에는 리버풀과 아스널 간의 지속적인 협상 끝에 셀온 조항도 포함됐다. 아스널은 2024년에도 스미스 영입을 시도했으나 당시엔 리버풀이 먼저 영입에 성공한 바 있다. 리버풀은 1년 만에 약 80만파운드 수익을 남기고 스미스를 떠나보내게 됐다. BBC는 “스미스는 아직 만 20세로, 성장 여지가 매우 크다. 아스널이 그녀를 중심으로 팀을 재구성한다면, 세계 최고 선수가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아스널은 이번 시즌 여자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한 데 이어, 세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유망주를 영입하며 또 한 번 미래를 위한 투자를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