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고위원 양향자 - 호남·찬탄 핸디캡 뚫은 신임 최고위원

호남·민주당 출신·원외·여성·찬탄파.
‘친윤·반탄·법조당’ 국민의힘에서 5개의 핸디캡을 갖고 8·22 전당대회에 도전한 이가 양향자 신임 최고위원이다. 고졸 출신 삼성전자 임원의 기록을 세운뒤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낸 그는 국민의힘에 입성한 지 넉 달 만에 3위(10만3957표)로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괴력을 발휘했다. 찬탄파지만 “찬탄, 반탄을 떠나 혁신파”라면서 ‘탄핵의 강을 건너 민심의 바다로 나아가는 유능한 정당’을 역설한 게 먹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를 만나 궁금한 질문부터 던졌다.
“매일 전화 400통 걸며 TK 민심 공략
친윤 유튜브 자진 출연, 반전 끌어내
국힘, 체면 대신 바닥 기는 투지 절실
윤 절연하고 비윤 안아야 수권 기회”

“‘TK 덕에 고졸이 임원 됐다’에 환호”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지 근 반년인데 왜 국민의힘은 절연하지 못하나요.
“의원들이 반탄 집회에서 아스팔트 강성 세력의 크기를 목격했어요. 당 지지층의 25%가 반탄으로 추산되는데, 전당대회는 당심 8, 여론 2로 결정되니 당심에 의존하는 쪽으로 흘러간 거죠. 그런 한계에서도 나는 강성 지지층을 넘어 국민을 바라보고 유세했고 충청에선 바이오 클러스터, 호남에선 해상 풍력 발전 등 지역 맞춤형 정책을 내놓아 표를 얻었죠. 당원들 만나보면 찬탄, 반탄 대신 ‘제발 그만 싸워라’는 얘기를 제일 많이 해요. 거기 부응해 정쟁 대신 민생경제를 얘기한 유일한 후보라서 선택됐다 봅니다.”
전대 과정에서 대구·경북(TK) 지역에선 야유도 받았죠?
“연단에 오르면 ‘배신자’ ‘전라도 빨갱이’‘민주당 프락치’ 소리가 쏟아졌어요. 내가 ‘맞습니다. 저는 전라도 사람입니다’라고 하니까 야유가 수그러들더군요. ‘전라도 촌 여자인 저는 박정희 대통령·이병철 회장이 계셨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고, 삼성에서도 TK 선배들이 키워줬기에 임원을 달았습니다. 이제 은혜를 갚을 시간’이라고 얘기하니까 박수가 쏟아지더군요. 힘을 내서 TK 바닥을 죄다 훑었죠.”
어떻게 훑었나요.
“77만 당원 중 TK와 수도권이 각각 35%로 제일 많아요. 그래서 대구만 5번을 갔어요. 현지 언론인들한테 인사했는데 처음엔 본체만체해요. 그런데 남희철 서문시장 협의회장을 비롯해 지역 유지들이 ‘삼성 출신으로 소신이 뚜렷해 지지한다’고 말씀해 힘을 얻고 대구 정치 1번지인 서문시장엘 갔어요. 의외로 분위기가 좋아 놀랐어요. 많은 상인이 ‘TK 의원들 싹 갈아야 해. 양향자가 어째 좀 해봐라. 좋아한데이’라고 해주세요. 알고 보니 대선 과정에서 늘 김문수 후보 따라다니며 지원 유세하는 걸 보고 ‘양향자 진심이네. 열심히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더군요. 힘을 얻어 TK 시·군·구를 전부 훑으며 지지를 호소했어요.”
“아프게 묻겠다”던 친윤 유튜버, 급변침
국민의힘 의원들 가운데는 편든 이가 있나요?
“비윤계로 분류된 저를 대놓고 도와줄 수 없는 의원들이 대부분이라 ‘트릭’을 좀 쳤습니다. TK 시·군·구 의원들한테 일일이 전화해 ‘당신 지역구 의원님이 날 지지하니 찍어달라’고 한 거죠. 일례로 대구 수성구는 주호영, 달성군은 추경호 의원이 날 지지하기로 했다고 시·군·구 의원들한테 얘기한뒤 해당 의원에게 전화해 지지를 호소했어요. 그러면 다들 ‘응원합니다’고만 답해요. ‘난 당신 지지 안 한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의원님, 시·군·구 의원들에게 누구 찍으라고 오더만 내리지 마시라. 내가 엎드려 빌든, 발밑을 기든 할 테니 도와주시라’라고 읍소했죠. 시·군·구 의원들도 내가 하도 전화를 많이 하니 ‘이 정도면 찍어줘야죠’ 하더군요. 하루에 400통씩 전화하다 보니 귀가 뜨겁고 아파 병원에 갔어요. 의사가 ‘귀에 전화기 너무 많이 대지 말라’고 하더군요.”
전대 막판에 ‘양향자 바람’을 경계한 친윤과 보수 유튜버들이 다른 여성 후보인 최수지 후보를 밀었다고 하던데요.
“전대 1주 전 보수 유튜버들이 일제히 ‘양향자를 찍으면 한동훈이 돌아온다’고 맹공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여론조사에서 3등이 나와 당선이 유력해지니 친윤 유튜버들이 약속이나 한 듯 ‘여성 후보는 최수지를 찍으라’고 외치는 거예요. 특히 영향력이 크다는 고성국 TV가 앞장서니 주변에서 ‘대책을 세우라’고 난리예요. 고민끝에 일면식도 없는 고성국씨에게 직접 전화했더니 받더군요.”
뭐라고 했나요?
“‘한번 출연시켜달라’고 했어요. 고씨가 ‘돌 맞고 비난받을 각오가 돼 있나’고 해요. ‘받을 비난이면 얼마든 받겠다’고 하니 ‘질문이 아플 텐데요’라고 해요. ‘감수하겠다’ 했더니 ‘출연하시라’고 해요. 나가서 솔직하게 내 생각을 얘기했더니 진행자의 태도가 호의적으로 바뀌고, 그날 오후부터 유튜브에서 ‘양향자 떨어뜨리자’는 얘기가 싹 사라졌어요. 출연일이 19일 오전이었는데 20일부터 투표가 개시됐으니 타이밍이 기가 막혔죠. 국민의힘에서 ‘보수 유튜버 도움 없이 자신의 표만으로 당선된 무서운 사람’이란 말이 나오더군요.”
또 어떤 전략을 썼나요?
“운동장을 넓게 썼죠. 친한계·안철수계 표는 나한테 올 게 분명한 만큼 김문수 지지 당원들에게 대선 때 그와 함께 뛴 사진을 보내고, 그가 전대 과정에서 ‘대표가 되면 한동훈·이준석 품겠다’고 말한 사실을 부각했어요. ‘당의 통합이 절체절명 과제인데 김문수가 통합 메시지를 가장 크게 냈다’고 하니까 김 후보 지지층이 날 밀어준 듯합니다.”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옮겨왔는데 뭐가 다른가요?
“국민의힘 의원들은 체면 상하는 일을 절대 안 해요. 엘리트들 특징이에요. 나나 이재명 대통령처럼 바닥을 살아본 사람은 엎드려 빌어서라도 목표를 관철해요. 그게 정치력이죠. 국민의힘 의원들은 쟁점 법안이 상임위에 올라와도 민주당 상임위원장·간사를 죽기 살기로 설득해 독소조항을 완화할 생각을 못 해요. 위원장이 몇 마디 묻고 의사봉 두드리면 항의도 못 하고,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돼버리죠. 그러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대응하는데, 입법을 하루 늦출 뿐 무슨 의미가 있어요? 난 민주당 의원 시절에도 악법을 막느라 지도부에 미운털 박혀 쫓겨난 사람이에요.”
“민주당 때 악법 맞서다 전화 넉 대 바꿔”
그때는 어땠나요?
“문재인 정부 때부터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중대재해처벌법·상법 개정안·방송법을 밀어 붙었어요. 나만 홀로 반대하니까 ‘저 X 제거해야 한다’ ‘생물학적으로 끊어놔야 한다’는 욕설이 지도부에서 나올 만큼 공격을 받았어요. 문자 폭탄을 하루 몇만통씩 받은 끝에 휴대전화 4개를 교체해야 했어요. 지금 전화기가 5번째 거예요. 2021년 내 보좌관의 성추행 의혹 2차 가해 논란으로 자진 탈당했는데 무혐의가 확정되자 민주당 지도부가 ‘쟁점 법안들 찬성하면 복당시켜 광주에 지역구 주겠다’고 해요. ‘죽어도 악법은 찬성 못 한다’며 거부해 민주당을 완전히 떠났죠.”
“장동혁 대표의 윤 전 대통령 면회는 부적절하다”고 했는데요.
“불법 계엄이 얼마나 엄중한지 국민은 다 알아요. 윤 전 대통령을 당 지도부가 만나면 국민은 ‘그를 다시 (대통령) 내세우려는 거냐’고 묻지 않을까요. 정당은 책임지는 집단인데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부터 계엄·대선 패배까지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요. 공공선을 앞세우기 전에 내 안위가 두려운 거에요. 잃을 게 많은 분이 그래요. 이런 걸 고쳐가야죠. (이런 얘기하면 공격 안 들어오던가요?) 없어요. (문자 폭탄은요?) 하루 수백건 정도라 죽을 만큼은 아니에요. 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저 자신이에요. 확신이 서면 그냥 합니다.”
장동혁 대표를 어떻게 보세요?
“내 눈에는 실용주의자예요. 대표가 되면 전당대회 때 메시지와는 완전히 달라져야 하는데, 빠르게 그런 실천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장 대표 당선 직후 내가 ‘잘 보필하겠습니다’고 했더니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고 하더군요. 나는 여야 통틀어 유일한 반도체 전문가인 만큼 당에 절실한 첨단산업·경제 정책에 확실한 솔루션을 내놓는 것으로 장 대표를 적극 도울 생각입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내부 총질하는 이는 당을 나가라”고 하는데요.
“장 대표가 당선 직후 전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는 통합의 메시지가 분명했어요. 또 내부 총질했다는 이유만으로 당에서 일방적으로 쫓아낼 수도 없어요. 인적 청산을 하려면 로드맵이 필요한데 그 기준이 되는 대선 백서를 안 냈기에 지금은 아무것도 못 해요. 나는 장 대표한테 ‘우선 대선 백서부터 만듭시다’고 건의했고 ‘당게(당원 게시판 논란)는 옛날 일이니 넘어가야 한다’고 했는데 장 대표가 웃더라고요. ‘당연하다’는 동의의 뜻이라고 봅니다.”
최고위원도 반탄파가 3명(신동욱·김민수·김재원)이고 찬탄파는 2명(양향자·우재준)인데요.
“반탄파는 아스팔트 강성층 표에 의해 당선된 측면이 있어 그들을 배신하기 어렵겠지만, 조언을 하자면 지지층으로부터 버림받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스팔트 지지층은 ‘극우’가 아니라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이 쫓겨난 슬픔 때문에 그러는 것인 만큼 그분들을 위로하되 현실을 인정하고 미래로 나아가도록 설득할 책무가 당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