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산업용 로봇 근처에는 사람이 접근하면 사고가 나기 때문에 울타리가 쳐져 있습니다. 하지만 피지컬AI는 사람을 인식하고 사람과 소통하기 때문에 함께 작업할 수 있습니다”
2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기후산업국제박람회 2025’에서 만난 두산 관계자가 부스에 설치된 로봇 제품을 시연하며 한 설명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로봇 더미(DUM-E)가 주인공 토니 스타크와 함께 연구실에서 아이언맨 수트를 조립하듯 산업용 로봇이 음성 명령에 기반해 작업자와 함께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두산 관계자는 “피지컬AI라고 하면 사람들이 휴머노이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꼭 사람 모양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존재하는 로봇도 얼마든지 피지컬AI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두산의 로봇 시리즈는 AI에 어떤 솔루션을 탑재하느냐에 따라 제조 현장에서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기계 장치에 도장을 하거나 표면을 갈아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금은 정해진 위치로 작업대상이 이동한 뒤 정해진 동작만 반복할 수 있지만 피지컬AI는 작업대상을 능동적으로 인지하며 스스로 해나갈 수 있다. 두산 관계자는 “용접의 경우 작업 대상의 두깨나 소재, 접합면 형태에 따라 용접의 강도와 움직임, 용접 시간 등이 다 달라진다. 숙련된 근로자만 작업을 할 수 있는 이유”라면서도 “하지만 피지컬AI는 작업 대상의 상태를 파악해 마치 사람이 작업하듯 용접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시된 로봇은 바닥에 고정된 형태였지만 드론이나 카트에 탑재해 공장 곳곳을 누비며 작업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전자폐기물만 선별해내는 피지컬AI를 선보였다, 컴퓨터·노트북·핸드폰 등의 전자제품을 버리면 제품 내부에 포함된 기판도 함께 쓰레기장으로 간다. 이같은 기판은 플라스틱 판 위에 각종 금속이 함유된 전자 장비들이 더해진 형태여서 분리수거 하기가 까다롭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그냥 매립하면 중금속 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고려아연이 개발한 피지컬AI '로빈'은 쓰레기에서 인쇄회로기판(PCB)만 별도로 수거한다. 폐기물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지날 때 시각 정보로 PCB를 선별하고 이를 수거 로봇이 회수해 한 곳에 모으는 방식이다. 이렇게 분리수거된 PCB 보드에서는 특정 금속을 추출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같은 기술을 활용해 특정 금속이나 플라스틱 제품을 선별하는 피지컬 AI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앞서 고려아연의 로빈은 2025 CES에서 2개의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는 한수원과 한국전력공사는 물론 삼성·현대·SK·두산·효성 등 국내외 540여 개 기업이 참여해 인공지능(AI) 에너지 미래 기술을 선보였다. 부산에서는 기후산업국제박람회 기간에 맞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너지장관 회의와 청정에너지장관회의(CEM)도 함께 열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