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교의 구 여권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를 압수수색하면서 ‘관봉권’으로 보이는 현금 다발을 발견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관봉권은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화폐를 공급하기 전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띠지를 둘러 포장한 형태를 이른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특검팀은 지난달 18일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머무는 곳으로 알려진 경기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관봉권을 포함한 원화 현금 다발과 일본 엔화, 미국 달러화 등 거액을 확인했다. 다만 영장에 기재된 압수 대상이 아니어서 압수하진 않았다.
특검팀은 한 총재 등 통일교가 보유한 현금 가운데 일부가 정치권에 전달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30일 구속된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가 20대 대선을 두 달 앞둔 2022년 1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가 통일교 현안들을 국가정책으로 추진하고 통일교 인사를 등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통일교의 인적·물적 자원을 이용해 윤석열 후보의 선거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말하며 1억원을 건넨 것으로 파악했다. 윤씨는 특검 조사에서 “권 의원이 2022년 2~3월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로부터 금품이 담긴 쇼핑백을 받아갔다”고 진술했다.
김건희 여사에게 통일교 청탁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 거로 의심받는 ‘건진법사’ 전성배씨도 관봉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 주거지에서 현금 5만원권 묶음 3300매(1억6500만원)를 압수했다. 이 가운데 5000만원어치는 ‘한국은행’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 있었고, 비닐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3일 뒤인 ‘2022년 5월13일’이 찍혀 있었다.
통일교 측은 “(한 총재) 금고에 관봉권은 없었고, (그 액수가) 수백억원도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