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구매 한도를 대폭 상향한 가운데 중동 위기 고조로 환율과 국제유가까지 뛰면서 이른바 ‘삼각 파도’가 물가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8.7원 오른 1384.3원에 오후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달 21일 1387.2원 이후 한 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지난주 말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이 다시 고조되면서 환율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가도 출렁이고 있다. 이란 의회가 최근 미국의 공습에 대응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결의하면서 이날 국제유가는 한때 5% 넘게 뛰어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으며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환율과 유가 상승은 물가를 자극하는 요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포인트 상승할 경우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7%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류는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제 가격 변동이 곧바로 국내 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유가 변동성 역시 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가 추경을 통해 지역화폐 예산을 늘리고 구매 한도까지 상향해 대규모 돈이 시중에 풀리게 되면 더 큰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약 20조 원 규모의 추경이 집행될 경우 내년 소비자물가를 0.1%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당국은 최근 물가 상승률이 둔화된 점을 들어 추경이 시행되더라도 물가 목표인 2% 범위가 크게 위협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미 높은 물가 수준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생활물가는 다른 나라보다 가파르게 오른 상황으로 지역화폐 사용이 계속되고 고환율·고유가 기조까지 겹치면 식재료나 외식비 추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의류(161), 식료품(156), 주거비(123) 물가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00)을 크게 웃돌고 있다. 특히 과일·채소·육류 가격은 OECD 평균의 1.5배 이상에 달한다. 또한 지역화폐 사용이 특정 업종에 집중될 경우 해당 업종의 가격이 지역화폐 할인율만큼 인상돼 물가 왜곡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최남진 원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지역화폐의 소비 진작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을 경우 정부가 다른 형태로 재정정책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며 “가령 자영업자 빚 탕감의 경우 가계의 추가 대출 여력을 늘려 시중 유동성 확대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