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허위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추진하면서 기성 언론과 유튜브를 별도의 법령으로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세우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성 언론은 옥죄면서도 친여(親與) 성향 유튜브 방송엔 규제를 피할 구멍을 내주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국민주권 언론개혁특별위원회 간사인 노종면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서 “유튜브는 배액(倍額) 배상에 더해 그 특성에 맞는 제재 방안까지 정보통신망법에 담는다”고 했다. 신문·방송 등 기성 언론은 언론중재법으로, 유튜브 방송은 정보통신망법으로 각각 규율하겠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 이원화가 민주당의 당초 방침을 바꾼 것이란 점이다. 지난달 18일 언론특위는 “언론중재법에서 접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유튜브도 일률적으로 또는 일부 적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특위에서 바라보는 유튜브는 채널 운영자들, 그중에서도 시사 보도 관련 정보를 다루는 운영자들”(노종면 의원)이라고 브리핑했다. 유튜브 방송, 그 중에서도 시사 보도 관련 영상물을 언론의 한 갈래로 보고 언론을 대하는 잣대로 규제하겠다는 취지였다. 결국 언론중재법 개정을 통해 언론이든 유튜브 방송이든 중과실이 인정되면 고의 여부를 따지지 않고 허위보도에 대해 N배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3주 만에 기존 설명과는 다른 방식의 유튜브 규제 방식을 택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넘겨져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한정애 의원 대표 발의) 등을 통해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엔 “법원이 청구한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결정할 수 있다”는 손해배상 책임 근거를 명시했다. 당초 9일 논의 예정이었지만 심사는 보류됐다. 이에 대해 언론특위 관계자는 “해외에서 시행하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차용해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러한 이원화 규제가 “무슨 문제냐”는 입장이다. 노 의원은 “누가 유튜브를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했느냐”며 “누가 유튜브는 봐주기로 한 것처럼 (기사) 제목 장난이냐”고 했다.
하지만 유튜브 방송을 실제 규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과방위 소속 의원은 “(정보통신망법 대상엔) 글로벌 플랫폼이 포함돼 미국 등 해외 정부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고, 징계와 징벌을 쉽게 하기도 어렵다”며 “민주당이 말하듯 쉽게 규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했다. 구글 등 공룡 정보통신(IT) 기업을 상대로 규제를 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정부·여당이 추진하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에 제동이 걸린 것만 봐도 현실적 장벽이 높다는 걸 알 수 있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 시각) 한·미 정상회담 직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 기술 기업을 공격하는 국가에 맞서겠다”며 “디지털세와 법안, 규제 등 차별적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상당한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여 성향 유튜브가 민주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이들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겸뉴공(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223만 구독의 집단지성은 왜 외면하고 비난부터 하나” “소위 제도 언론 기자들, 부화뇌동하는 국회의원님 자존감 좀 가지시라”와 같은 글을 쏟아냈다.
게다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실은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등 유튜브 매체 소속 기자를 출입 기자로 등록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친여 매체를 정식 기자로까지 등록은 해주면서 막상 규제를 할 때는 따로 빼주는 건 무슨 논리냐”고 꼬집었다.

이날 과방위 소위는 이른바 ‘이진숙 사퇴법’으로 불리는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안을 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이들 법안은 방통위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고, 법안이 공표되면 내년 8월에 임기가 끝나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지위가 자동으로 상실된다. 국민의힘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한 사람 축출을 위한 졸속 입법”(최형두 의원)이라고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11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킨 후 25일 본회의에서 이를 처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