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테이션·스위치·엑스박스... 콘솔 3파전, 더 독하게 붙었다 [PC사랑 9월 커버스토리②]

2025-09-08

특집! 2025 게이밍 시장 트렌드 분석

소니 - 고성능 앞세운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로 PC 시장과 경쟁

MS - 기기보다 구독과 클라우드로 확장, 세상 모든 것이 엑스박스

닌텐도 - ‘재미’라는 본질 챙기고, 캐릭터 IP로 수익 올리는 전략

[디지털포스트(PC사랑)=최호섭편집위원] 닌텐도, 소니를 앞세운 콘솔 게임기는 오랫동안 게임 시장의 중심을 맡아 왔다. 1980년대 패미컴 시절부터 게임기는 게임에 특화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PC와는 확연한 차별을 보이면서 우위를 보여 왔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 2 이후 반도체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고가의 게임 센터용 게임기를 대체할 만큼 큰 폭의 성장을 이어 왔다.

게임기 시장은 그래픽으로 성장했지만 지금의 혼란도 그래픽에서 시작한다. 누구든 게임이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그래픽으로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게 마련이다. 게임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초기 판매량을 이끌어내는 가장 좋은 소재는 그래픽이다. 그렇게 게임의 그래픽이 강조되고, 4k 해상도에 하이엔드 GPU를 요구하는 게임들이 늘어나면서 게임기 시장은 쉽게 풀어내지 못하는 성능의 한계를 겪고 있다.

게임기는 기본적으로 7년을 수명으로 보고 개발이 이뤄지기 때문에 당시에 가장 좋은 성능을 가진 칩들이 우선적으로 쓰인다. 여기에 PC와 달리 운영체제가 게임에만 특화되어 있고, 범용성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되는 단 하나의 하드웨어 조건이기 때문에 성능에 대한 손실이 적다.

그 사이에 게임의 그래픽에 대한 요구사항은 계속 높아지고 있고, 4k와 HDR 등 디스플레이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게임 개발사들도 할 수 있는 한 가장 좋은 그래픽을 그려내고 있다. 고정된 하드웨어 조건이 없는 PC는 이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CPU는 매년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고, GPU도 다양한 카테고리와 세대 교체를 통해 지속적인 성능 향상을 이끌어내고 있다. 물론 고성능의 부품들이 저렴하지는 않지만 투자한 만큼 확실한 답을 내어주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게임기는 한 번 결정된 시스템을 수명이 끝날 때까지 이어가야 한다. 초기에는 새로운 하드웨어에 대한 개발과 최적화가 쉽지 않아 원하는 성능을 못 끌어내는 경우가 많고, 중반기 이후에는 PC에 부치는 성능에 골치를 앓고 있는 것이 최근의 게임기의 상황이다.

8세대로 꼽히는 ‘플레이스테이션 4’, ‘엑스박스 원’ 등의 기기들은 중반기 이후 그래픽 성능을 두 배 이상 끌어 올린 ‘플레이스테이션 4 프로’, ‘엑스박스 원 엑스’ 등 이른바 8.5세대 제품을 내놓으면서 더 높은 그래픽을 요구하는 이용자들의 입맛을 맞추는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등장한 ‘플레이스테이션 5’, ‘엑스박스 시리즈 원’ 등의 9세대 하드웨어들은 지속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려 왔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따라 기기 가격이 오르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8월 20일 미국에서는 모든 플레이스테이션 5의 가격이 50달러씩 더 올린다는 발표가 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고성능 모델을 내놓지 않기로 했고, 소니는 지난 2024년 11월 ‘플레이스테이션 5 프로’를 111만8000원, 699달러에 출시하며 게임 시장의 심리적인 장벽을 깼다. 가격과 성능 양쪽 측면에서 프로 모델이 완전한 답은 아닐 수 있다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하드웨어보다 클라우드에 더 집중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이 엑스박스 이용자들에게는 불만을 사고 있지만 전체 시장으로는 옳은 접근일 수도 있다는 반응도 있다. 결국 이용자들이 원하고, 플랫폼이 공급하고자 하는 것은 게임 콘텐츠이고, 클라우드 게임은 기기라는 접근 장벽을 낮추면서 적절한 성능을 유지하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게임 시장에 불어닥친 ‘그래픽 인플레이션’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게임의 중요한 부분은 해상도나 광원 효과가 아니라 재미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닌텐도다. 닌텐도 스위치는 x86 기반의 하드웨어를 채택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한 세대 전 기기들과 견줄 만한 성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닌텐도는 독자적인 캐릭터 IP와 재미를 중심으로 하는 게임 철학을 바탕으로 하면서 다른 콘솔 게임기와 PC가 힘겹게 경쟁하고 있는 이 시장에서 다소 여유롭게 스스로의 자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이른바 ‘AAA 게임’으로 불리는 대작 게임의 핵심 플랫폼이다. 고성능과 대용량을 앞세워 현재의 게임 흐름을 만들어 온 것이 바로 플레이스테이션이라고 해도 지나치지는 않다. 지금까지도 플레이스테이션은 성능을 중심에 두고 있다. 2024년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5 프로’를 통해 4k 게임의 기준을 세우고 게이밍 PC 시장과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소니는 초창기부터 막대한 비용을 들여 독자적인 프로세서를 개발하면서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게임 환경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게임 시장에서 요구하는 그래픽 성능이 너무나도 높았고, 반도체 개발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졌다. 플레이스테이션 3의 경우 자체 프로세서가 발목을 잡아 오랫동안 ‘기기를 팔수록 손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소니는 지난 2013년 플레이스테이션 4를 내놓으면서 독자 개발한 칩 대신 AMD의 APU에 기반한 프로세서를 쓰기로 했다. CPU와 GPU가 칩 하나로 통합된 AMD의 통합 프로세서는 ‘재규어’ 아키텍처로 개발되었다. 소니는 늘 수퍼컴퓨터를 언급할 만큼 강력한 칩을 바탕으로 게임기를 개발해 왔는데, 이 APU의 경우 당시에도 중급 PC 정도에 쓰이는 정도의 성능이었다. 이 때문에 10년 넘게 쓰게 되는 콘솔 게임기의 칩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범용 프로세서를 쓴 덕분에 소니는 칩 개발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어낼 수 있었고, 제품의 가격도 비교적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지금 당연한 듯이 여겨지는 게이의 멀티 플랫폼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x86에 기반하기 때문에 같은 아키텍처를 쓴 프로세서라면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연성도 갖췄다. 실제로 소니는 이 APU의 공정을 바꾸기도 했고, 세대의 중반기에 접어들던 2016년에는 새로운 프로세서를 도입해 2배 이상의 그래픽 성능을 제공하는 ‘플레이스테이션 4 프로’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 프로 모델은 큰 의미를 갖는다. 콘솔 게임기는 한 세대가 최소 7년 이상의 수명을 갖는다. 2013년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 4는 지금까지도 게임이 활발하게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출시 직후부터 지속적인 성능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기도 했다. 그래픽 중심의 게임 성장과 그에 발맞추는 PC의 발전 속도 때문이다. 다음 세대를 앞당겨 내놓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게임기는 게임이 유통되는 하나의 ‘플랫폼’이고, 동시에 시장과 게이머들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다.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는 같은 세대를 유지해 같은 조건으로 게임을 개발하되, 이용자들에게 성능에 대한 선택지를 주는 괜찮은 방법으로 꼽혔다. 실제로 플레이스테이션 4 프로는 중반기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 플랫폼의 수명을 늘려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플레이스테이션 5는 등장과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게임에 대한 수요가 크게 높아졌던 시기에 등장했고, 오랫동안 공급 부족에 시달릴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고성능 프로세서에 SSD 중심의 설계를 더해 그동안의 게임기와는 완전히 다른 게임성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이 역시 중반기를 접어들며 특정 게임들에 대해서 부담스러워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플레이스테이션 5 프로는 소니가 갖고 있는 아주 좋은 선택지였다.

하지만 세계적인 시장 변화가 발목을 잡았다. 반도체의 공급 부족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등이 더해지면서 제조 단가가 낮아지기는 커녕 더 높아졌고, 소니는 이를 그대로 제품에 반영하면서 가격적인 부담이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각각 100만원, 10만엔이라는 심리적 장벽이 깨져버렸고 비판적인 해석들도 나왔다. 다른 한 편으로는 PC의 고성능 그래픽카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상대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 5 프로의 가격이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목소리도 있긴 하지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소니의 기본 전략은 중급기 이상의 PC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에 유지하는 것이다. 적어도 비슷한 가격대의 PC보다 좋다는 반응이 필요하다. 플레이스테이션의 경쟁 상대는 엑스박스나 스위치가 아니라 PC이고, 그에 따르는 부담을 지속적으로 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닌텐도는 전통적인 게임 시장의 구조를 버리고 새로운 형태의 게임 플랫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엑스박스는 애초 PC 게임 시장의 혼란을 정리하고 보편적인 게임 환경을 만드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95 이후 게임 시장의 주도권을 만드는 데에 힘을 쏟아 왔다. PC는 애초 개방성이라는 큰 강점을 갖고 있었고, 이 때문에 다양한 기업들이 여러가지 형태의 부품들을 만들어내며 발전을 이어 왔다. 하지만 운영체제를 다루는 입장에서 보면 수없이 많은 기기들을 하나의 운영체제로 끌어안는 것은 큰 부담이다.

특히 게임의 경우 3D와 그래픽카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각 제조사들이 저마다의 그래픽 프레임워크를 꺼내 놓았고, 이는 PC 환경 안에서도 장벽이 되곤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에 대해서 하나의 규격이 만들어지길 원했고, 다이렉트 X를 통해 그 표준화가 자리를 잡아 왔다. 사실상 PC의 게임이 모두 다이렉트 X로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서 PC도 게임기와 견줄만한 성능을 내던 2000년 대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이렉트 X 중심의 게임 플랫폼을 준비했고, 그게 바로 엑스박스였다.

애초 엑스박스는 인텔과 엔비디아의 칩을 이용해서 개발됐고, 하드디스크와 인터넷 등 내부 구조는 PC와 똑같이 닮아 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다이렉트 X를 기반으로 개발됐지만 PC와는 거리를 두어 왔다. 하지만 2020년 엑스박스 시리즈 X를 내놓으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전략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중심은 구독과 클라우드에 있다. 게임의 개별 판매 뿐 아니라 카탈로그를 중심으로 매월 일정 구독료를 내고 제한 없이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다. 개별 게임의 판매량에만 의지하는 대신 서비스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고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서 대형 개발사가 아니어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강점도 갖게 된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다. 게임을 엑스박스 기기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 기반의 하드웨어로 구동하고, 그 화면을 인터넷 스트리밍 방식으로 전송하는 구조다.

클라우드 스트리밍은 기본적으로 웹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PC를 비롯한 모든 웹 브라우저에서 실행된다. 스마트폰의 모바일 웹 브라우저에서도 작동하고, 심지어 스마트카의 웹 브라우저에서도 스트리밍 방식으로 엑스박스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더 많은 기기로 확대해서, PC의 엑스박스 앱과 엑스박스 게임기에서도 목록에 있는 게임들을 설치하지 않고 즉시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스마트 TV에도 전용 앱을 통해서 엑스박스 게임에 접속할 수 있다.

이는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 등의 콘솔 게임기를 구입한 이들에게는 반갑지 않을 수 있다. 값비싼 게임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 등의 콘솔 게임기로 즐기는 게임은 가장 훌륭한 경험을 주기는 하지만 클라우드는 비슷한 수준의 게임 경험을 만들어주기 떄문에 게임기가 없는 이용자도 엑스박스 독점 게임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은 조금 이상해 보일 수 있다. 이제까지 콘솔 게임 시장은 독점 게임을 중심으로 이용자들을 모으는 데에서 경쟁력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엑스박스 등 콘솔 게임기는 그 이용자들을 모으는 플랫폼이었고, 그 안에 들어온 이용자들에게 게임을 더 많이 파는 것으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이 플랫폼 형성의 목적이었다. 때때로 손해를 감수하고 원가 이하로 콘솔 게임기를 파는 것도 결국 기기가 많이 퍼져야 게임을 더 많이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플랫폼으로서의 기기라는 장벽을 풀어버렸다. 누구든 엑스박스의 게임패스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면 기기를 가리지 않고 게임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 플랫폼의 가장 큰 독점 히트작이자 상징같은 포르자 모터스포츠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로 출시하는 파격적인 결정도 내린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더 이상 엑스박스를 살 이유가 없다’고 볼멘 소리가 나올만도 하다. 하지만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전략과 이어진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운영체제에 실패하면서 플랫폼의 개념을 바꾸었다.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는 여전히 중요한 플랫폼이지만 때로는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도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엑스박스는 이제 마이크로소프트에게 ‘게임기‘의 이름이 아니라 게임 전체 플랫폼을 상징하는 거대한 개념이 되었다. 엑스박스의 게임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고, 이용자들은 게임기를 구입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고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가볍게 진입할 수 있고, 게임기가 없어도 플랫폼 안에서 게임을 구입할 수 있다.

다이렉트 X 기반의 강점을 살려, 특정 게임들은 ‘엑스박스 플레이 애니웨어(Xbox Play anywhere)’라는 이름으로 한 번만 구입하면 PC와 엑스박스 양쪽에서 즐길 수도 있다. 클라우드로 저장 데이터의 동기화도 매끄럽게 이어진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가 콘솔 게임 하드웨어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세대 구분에 따른 장벽을 허물어서 누구나 쉽게 이 게임 플랫폼에 들어오도록 하는 것을 오랫동안 목표로 해 왔다. 지금도 이전 세대인 엑스박스 원 이용자들도 클라우드를 통해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처럼 다음 세대의 게임기는 코어 게이머들을 중심으로 하고, 더 많은 게임들은 각자의 환경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없던 개념이고, 다소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플랫폼으로서의 엑스박스는 더 큰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성공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엑스박스는 PC부터 게임기, TV, 모바일까지 이어지는 가장 큰 게임 플랫폼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 몇 년의 게임 시장을 돌아보면 가장 성공한 승자는 닌텐도를 꼽을 수 있다. 닌텐도 스위치는 1억 5천만 대를 넘기면서 플레이스테이션 2와 닌텐도 DS의 뒤를 이어 가장 많이 팔린 게임기의 기록을 안게 됐다. 닌텐도는 지난 6월 닌텐도 스위치 2를 통해 세대 교체를 노리면서도 1세대 스위치와 게임의 호환성을 유지해 게임 플랫폼으로서 스위치의 전체 시장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닌텐도는 지난 몇 세대를 이어 오는 동안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치열한 성능 다툼과 멀티 플랫폼 게임 확보 경쟁의 흐름에 개의치 않고 독자적인 흐름을 이어 왔다. 그래픽 성능보다 체감형 콘트롤러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아이디어를 게임화한 ‘위(Wii)’, 그리고 터치 스크린과 듀얼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DS’에 이어 휴대용 게임기와 TV 거치형 게임기의 하이브리드 형태로 등장한 스위치는 전혀 다른 게임 철학을 갖고 있다.

애초 스위치는 성능의 열세로 아쉬움 속에 등장했지만 초기에 등장한 ‘마리오 오딧세이’나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 등의 게임을 통해 성능에 대한 우려를 싹 잠재웠다. 심지어 이 게임들은 지금까지도 호평 속에 가장 많이 팔리는 게임이고 스위치 2와 함께 그래픽 업그레이드를 통해 두 세대를 걸친 초기 대표 타이틀의 자리를 꿰차게 됐다.

닌텐도는 여전히 게임의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세밀한 고해상도 그래픽보다는 부드러운 톤의 색채를 통해서 기기의 성능을 극복해 냈고, 마리오와 젤다, 커비 등 다양한 캐릭터 IP를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게임들을 통해서 확실한 차별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적인 그래픽은 결국 더 넓은 오픈월드와 잔인해지는 그래픽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닌텐도는 캐릭터와 이야기, 그리고 작은 이벤트들을 통해 재미를 살리는 반대의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이런 닌텐도의 정책은 게임 시장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고, 닌텐도가 늘 강조하는 ‘온 가족의 게임’이라는 목표와도 잘 맞아 떨어졌다. 가장 많이 팔린 게임기의 타이틀은 게임 기업들의 참여를 불러 일으켰고, ‘그래픽 성능이 조금 부족하지만 휴대형으로 어디에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시장의 인식을 바탕으로 수치로 드러나는 성능의 차이와 관계 없이 많은 게임들이 스위치에 적절하게 이식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닌텐도는 결국 게임의 가치는 그래픽이 아니라 본질적인 재미에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그 흐름은 8년이라는 한 세대를 반영하는 ‘스위치 2’로 이어진다. 스위치 2는 10배 정도의 그래픽 성능을 갖고 있어서 그간의 성능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면서도 기존의 하이브리드 디자인 기조와 게임 마켓 등을 모두 어렵지 않게 흡수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으느 가격이다. 스위치 2를 계기로 닌텐도는 가격 정책의 우위를 갖게 됐다. 그동안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5의 가격을 잇달아 올리고, 고가의 프로 모델 출시로 100만원의 암묵적인 상한선을 허물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중반기를 넘어가는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의 가격을 끌어올리며 가격 상승에 불을 지폈다.

닌텐도는 상대적으로 프로세서에 대한 부담이 적다. 닌텐도 스위치는 아주 높은 성능을 요구하지 않을 뿐더러 애초에 4k 60p 같은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게이머들도 닌텐도의 게임 철학을 인정하고 성능에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지 않다. 물론 콘솔 게임기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높은 성능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닌텐도에 기대하는 것은 ‘게임기‘보다 ‘게임’에 더 가깝다.

스위치 2에 대한 가격은 여러가지 해석을 이끌어낸다. 64만8000원이라는 가격은 현재 플레이스테이션 5의 가격과 맞먹는다. 30만원대의 1세대 스위치에 비해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4만9980엔으로 약 47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팔린다. 이는 미국의 관세를 염두에 두고 내수와 글로벌 버전의 가격을 다르게 책정했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현재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끌어가는 게임기의 고가 전략, 그리고 100만원을 훌쩍 넘기는 PC용 게이밍 그래픽카드 가격 정책들과 맞물려 ‘이 정도는 괜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가격이지만 그렇다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도 아니다.

여전히 닌텐도는 타사를 압도하는 고성능의 기기를 경쟁에 중심에 두지 않는다. 스위치 2의 성능은 플레이스테이션 4 프로가 언급될 정도이고, 게임 하나에 100GB를 넘나드는 세상에 내부 저장 장치는 256GB밖에 넣지 않았다. 심지어 이를 확장하는 비용도 비싸다. 휴대성이라는 특징을 제외하면 5년 전에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 5나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와 비교해서 성능이나 확장성 측면에서 더 낫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시장은 지난 8년의 경험으로 이 정도 수준이면 그간의 닌텐도가 보여온 흐름과는 맞아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기존보다 멀티 플랫폼의 AAA 게임이 더 많이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닌텐도는 다음 세대의 게임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두고 있다. 온라인을 넘어 카메라를 통해 서로 얼굴을 보고, 음성 채팅이 기본이 되는 게임 환경을 노리는 것이다. 결국 게임의 재미는 모여서 왁자지껄 떠들며 즐기는 데에 있고, 이를 게임에 녹이겠다는 것이다.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채팅을 중요한 요소로 보긴 했지만 닌텐도는 이를 훨씬 더 적극적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결국 닌텐도는 스위치 2를 통해서 다시 ‘재미’라는 경험을 중심에 두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세대 이전을 바탕으로 한 판매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고, 충분한 보급이 이뤄질 때까지 주요 게임들은 1세대 스위치로도 함께 내놓는다. 그리고 스위치 2에서 더 나은 경험을 하려면 추가 비용을 내는 수익 모델도 잘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지난 8년, 닌텐도의 독자적인 걸음은 다시 다음 한 세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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