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다시 서울고법의 판단을 받는다. 지난 1일 대법원은 이 사건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여기에는 “정치적 표현에 관한 판단은 일반 선거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논거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대법원은 공정한 선거를 위해 최대한 일반 선거인의 눈으로 후보자의 표현을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과거 이 후보 발언은 일반 선거인의 판단을 흐리게 할 만큼 허위성이 짙었다는 게 대법원의 결론이다.
대법원이 ‘일반 선거인’ 관점 앞세운 이유
“알 권리 보장” “후보자·선거인 표현의 자유 달라”
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 후보 선거법 사건 판결문을 보면,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이 주목한 것 중 하나는 ‘국민의 알 권리’였다. 대법원은 “알 권리 등 선거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을 공정한 선거의 중요 요소로 꼽았다. 이를 위해 후보자에게 적용되는 표현의 자유는 비교적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어느 정도의 허위사실이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용인될 수 있는지는 그 허위사실이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확장된 것은 민주적 공론장에서 ‘국민의 역할’을 넓히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직을 맡으려는 후보자가 국민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국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의미와 그 허용 범위는, 일반 국민이 공인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해 의견과 사상을 표명하는 경우와 같을 수 없다”고 했다. 후보자의 발언이 국민의 주체적인 판단을 방해했다면 표현의 자유에 일정 수준 제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250조(허위사실 공표죄) 제정 취지에도 주목했다. 대법원은 조항의 목적이 “선거인들이 정확한 자료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조항은)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을 규제하는 측면 외에도 주권자인 국민이 올바른 정보의 토대 위에서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선거를 통해 흠 없이 그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측면을 아울러 지닌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후보자 발언을 해석할 때에는 최대한 선거인의 관점에서 전체적인 맥락과 의미를 두루 살펴 유무죄를 따져야 한다고 봤다.
항소심서 이재명 살린 ‘이재명 판례’, 왜 빠졌나
대법 “다의적 해석 여지없는 허위사실”
대법원은 이른바 ‘이재명 판례’에 대한 별도 언급 없이 무죄 판결을 파기했다. 이는 대법원이 이 후보의 백현동 발언을 다른 해석의 가능성이 없는 ‘명백한 허위사실’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토론회에 출연해 ‘친형 강제입원’ 관련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기소됐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닌 한, 일부 부정확 또는 다소 과장됐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경우에도 허위사실 공표행위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이 후보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이는 허위사실 여부가 확실하지 않을 때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힘을 실어주는 판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사건 항소심 재판부도 이 판례를 근거로 이 후보의 백현동 관련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재명 판례’를 적용해 발언이 단순 의견 표명인지, 거짓말인지 불분명하면 ‘주관적 의견’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백현동 발언을 ‘쪼개서’ 판단하면서 의견표명에 가까운 것으로 잘못 해석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후보) 발언들이 합쳐져 일반 선거인으로 하여금 백현동 부지의 용도지역 변경이 전적으로 국토부의 요구에 따라 강제된 것이었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며 ‘전체적 인상’을 토대로 혐의를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백현동 용도 변경은 전적으로 국토부 강제 때문이었다’는 것은 사실과도 다르다며 “피고인의 공직 적격성에 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사항에 관한 허위사실의 발언”이라고 판시했다.